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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마리아 (서울)

 

애들아, 할아버지 할머니는 십년동안 봄부터 가을까지 서산에 다니면서 작은 농장을 가꾸었다. 너희들도 몇 번 와 보았기 때문에 생각이 날 것이다. 우리는 나무도 심고 콩도 심고 꽃도 심었다. 두 사람 다 산골에서 일하는 것을 좋아해서 힘 들 때도 많았지만 부지런히 일했다.

 

어느 해 봄에는 비가 오지 않아서 가뭄이 심했다. 물이 마른 도랑에 놓아둔 플라스틱 배수관을 들어내니까 땅이 축축한 곳에 어른 손가락만한 까만 도롱뇽이 한 마리 있었다. 머리는 둥글고 납작하며 피부는 약간 윤기가 있고 젤리처럼 부드러워 보였다. 거기도 곧 마르고 말 것 같았다. 나는 얼른 삽을 가져와서 조심해서 도롱뇽을 흙과 함께 삽으로 떠서 골짜기에 있는 옹달샘 가장자리 물기가 있는 모래자갈 위에 놓아주었다. 힘이 없어 보였다. 다음날 가보니 어디로 들어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깨끗한 곳에만 산다는 도롱뇽이 죽지 않고 잘 살기를 바라며 우리는 또 열심히 일을 하였다. 여러 날이 지나도록 비는 오지 않았다.

 

가을에 피는 주황색 코스모스를 옮길 때 나는 길가에 꽃모종을 심고 할아버지는 옹달샘에서 물을 떠와서 물뿌리개 꼭지를 빼고 꽃모종에 물을 주셨다. 나는 열심히 모종을 옮기고 있는데 할아버지는 물을 주시다가 “미꾸라지가 있네” 하고 말씀하셨다. 나는 “여기서는 미꾸라지를 본 적이 없는데요” 하면서 “옹달샘에 다시 넣어주세요” 하고 말했다. 할아버지는 또 “발이 달렸네” 하고 혼잣말을 하시는데 나는 깜짝 놀라며 “미꾸라지는 발이 없어요” 하면서 얼른 달려가서 보니 4cm쯤 되는 새끼 도롱뇽 두 마리가 땅에 떨어져서 꼼지락 거리고 있었다. 얼른 두 손으로 움켜 집어 옹달샘에 놓아주고 바닥을 들여다보니 같은 크기의 귀여운 새끼 도롱뇽들이 여덟 마리가 보였다. 움직임이 없었기 때문에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작은 앞발 뒷발이 양쪽에 다 있었다. 반갑고 기뻤다. 지난번 배수관 밑에 있던 도롱뇽의 새끼들이 아닐까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그 후로 비도 오고 우리도 집에 갔다 여러 날 만에 다시 와서 가보니 어디로 갔는지 돌이나 바위틈으로 들어갔는지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섭섭했지만 도롱뇽들이 잘 자라기를 바라며 우리는 며칠 동안 열심히 일을 하고 강아지 먹이와 물도 주고 “산초야 안녕 잘 있어 갔다 또 올게” 하며 서울로 돌아왔다.

 

산초는 우리가 갈 때마다 차에서 내리기 전부터 뒤집어 지며 깽깽대지만 우리가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올 때는 움직이지도 않고 가만히 앉은 채로 바라보기만 한단다. 어린 강아지였을 때는 집에 데리고 다녔기 때문에 우리가 돌아올 때마다 저도 함께 집에 오고 싶었을 거야. 다음에 너희들이 그곳에 오면 옹달샘과 처음 도롱뇽을 본 곳이 어디인지 가르쳐 줄게. 도롱뇽 이야기가 재미있었는지 모르겠다.

 

2018.1.26. 할머니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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