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안드레아 사도 축일

by 언제나 posted Nov 30,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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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 베드로의 동생이며 형과 함께 예수님의 충실한 제자였던 안드레아는 본디 형 보다 먼저 영적인 세계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더 강했었나 봅니다. 그러기에 그는 세례자 요한의 제자였지만, 스승이신 세례자 요한이 예수님을 눈여겨보신 다음, <하느님의 어린 양이시다.>(Jn1,36)는 말을 듣고, 예수님을 따라 나섰습니다. 그리고 예수님께 <“라삐, 어디에 묵고 계십니까?”>(Jn1,38)라고 질문합니다. 이 질문에 이미 안드레아가 무엇을 찾고 있는 사람이며 누구를 기다리는 사람인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러기에 예수님과 함께 머문 다음, 안드레아는 이내 자기의 형인 베드로에게 <우리는 메시아를 만났소.>라고 하며 형을 예수님께 이끌었던 분이십니다.(Jn1,40~42참조) 이는 안드레아 사도는 심성적으로 온건하고 신중한 분으로 예수님께 <여기 보리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가진 아이가 있습니다.>(Jn6,9)라고 어린 아이를 인도하고, <예수님을 뵙고 싶습니다.>(Jn12,22)라는 그리스 사람들을 예수님께 이끌어 주며, 예루살렘을 바라보시며 앉아 계시는 예수님께 다른 사도들과 함께 <그 일이 언제 일어나겠습니까?>(Mr13,4)라고 물으심으로 사람들이 재난을 준비하도록 이끌어 주는 역할을 하신 분이십니다. 이처럼 안드레아 사도는 처음부터 예수님을 추종하고 동행하시면서 많은 사람들을 예수님께 이끌어준 사도이자 선교사였습니다. 사도 안드레아는 자신의 이름처럼 <사내다움, 용기> 넘친 분이셨지만 늘 무리의 중심적인 존재라기보다 협력자와 조력자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신 사도였습니다.

 

오늘 복음(Mt4,18~22)에 의하면, 먼저 예수님께서 갈릴래아 호숫가를 지나가시다가 어부인 베드로와 그의 동생 안드레아를 보시고, <나를 따라 오너라. 내가 너희를 사람 낚는 어부로 만들겠다.>(4,19)고 부르십니다. 그리고 첫 제자 그룹인 제베대오의 아들 야고보와 그의 동생 요한을 역시 부르십니다. 이로써 예수님의 제자이자 사도들의 또 다른 칭호와 역할이 바로 <사람 낚는 어부들>이라고 호칭하게 된 배경을 우리는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이로써 예수님께서 부르신 첫 제자 그룹인 네 명의 사도들은 이후 사도단의 중심과 핵심적인 인물들이었으며, 이는 곧 사도단의 안정성과 견고성을 의미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제자됨의 기본은 바로 이들처럼 <곧바로 배와 그물을 버리고, 아버지를 버려두고 그분을 따랐다.>(4,20.22)는 표현에 함축되어 있습니다. 곧바로 모든 것을 버리고 따랐다. 제자란 무릇 모든 것을 버리고(=포기), 가족과 안정을 떠나야만(=이탈) 따를 수 있음을 복음의 첫 제자들을 부르신 순간에 벌써 밝히고 있습니다.

 

<내가 너희를 사람 낚는 어부로 만들겠다.>는 말씀은 네 명의 사도들이 본디 어부였기에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부르시면서 쉽게 자신들이 장차 되어야 하고 살아야 할 소명이 무엇인지를 말씀하신 것으로 봅니다. 결국 예수의 제자이자 사도들인 그들은 예수님처럼 <묶임과 눈멈 그리고 억눌림에서 해방시키고 눈 뜨게 하며 자유롭게 하는 구원 운동>(Lk4,18참조)에 동참함으로써 세상의 많은 사람들을 <죽음에서 생명으로> 이끄는 사람들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를 보다 명확하게 하는 복음의 비유가 바로 <그물의 비유>(Mt13,47~50)인데, 사도들은 바로 하늘나라의 일꾼으로써 <그물을 바다에 던져 온갖 종류의 고기를 모아들이는 사람이며, 그물이 가득차면 물가로 끌어 올려놓고 앉아서 좋은 것들은 그릇에 담고 나쁜 것들은 밖으로 던져 버리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렇게 사도 안드레아는 자신의 부르심을 통해 갈릴래아의 어부로써 삶을 마치지 않고, 더 넓은 세상으로 파견되어 나가 하늘나라의 복음을 증거하면서 영혼들을 예수님께 인도한 사람 낚는 어부로써 자신의 성소와 소명을 충실히 수행하셨습니다. 사도 바오로가 <예수님을 주님이시라고 마음으로 믿어 의로움을 얻고, 입으로 고백하여 구원을 얻습니다.>(로10,9.10)라고 말한 바를, 안드레아 사도는 이미 자신의 발과 삶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전하였습니다. 어쩌면 <기쁜 소식을 전하는 이들의 발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로10,15)라는 표현은 그러기에 오늘 교회가 기억하고 기념하는 사도 안드레아를 두고 하신 말씀처럼 들려옵니다. 사도 베드로를 예수님께 인도했던 안드레아 사도는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혼자 구원받지 않고 구원의 기쁨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누기 위해  많은 영혼들을 예수님께 인도하신 분이셨습니다. <맨 처음 부르심을 받은 사도답게> 안드레아 사도는 흑해 주변지역에서 복음을 전파하였으며, 그리스의 아카이아 지방의 파트라이에서 X자 형태의 십자가에 못 박혀 순교하셨다고 합니다. 그런 연유에서 안드레아 사도의 성화나 성상에는 X자 형의 십자가와 함께 묘사되고 있습니다. 또 다른 면은 스코틀랜드 국기에 새겨진 X자는 스코틀랜드의 수호성인이 안드레아들 상징하는 것이라 합니다. 성인의 유해는 본디 베드로 대성전에 모셔져 오다가, 1964년에 교종 바오로 6세께서 그리스 정교회와의 화해의 표시로 성인의 순교지인 파트라이에 지금은 모셔져 오고 있습니다. 오늘 사도 안드레아 축일을 맞아 축일을 맞는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오늘로써 전례력으로 <다해>가 끝나고 내일부터 <가해>가 시작되며 대림시기를 맞습니다. 어제를 보내고 새로운 내일을 맞아들이면서 오래 전에 어느 수녀가 보낸 <기도>라는 제목의 글을 보내면서 <떠나보냄>과 <새로 맞이함>의 시간을 보내고 싶습니다. <소유가 아닌 빈 마음으로 사랑하게 하소서. 받아서 채워지는 가슴보다 주어서 비워지는 가슴이 되게 하소서. 지금까지 해왔던 내 사랑에 티끌이 있었다면 용서 하시고 앞으로 맑게 흐르는 강물이 되게 하소서. 위선보다 진실을 위해 지혜로운 진실 주시고 넓은 마음으로 사랑하게 하소서. 쓰러지는 육체로 살지라도 악 앞에 강해지는 내가 되게 하소서. 크신 님이여 그리 살게 하소서. 철저한 고독으로 살지라도 사랑 앞에 낮아지고 깨어져도 겸허한 내가 되게 하소서. > (작자 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