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 제1주간 월요일

by 언제나 posted Dec 02,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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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의 시기 대림절이 시작되었습니다. 성탄을 준비하는 대림시기를 시작하면서 이번 대림과 성탄은 우리네 삶의 찌든 마음과 주름진 얼굴에 미소가 넘쳐나는, 뭔가 사람냄새가 나는 그런 일들이 좀 더 많이 자주 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저만 그렇게 느끼는지 모르지만 요즘엔 살면서 참으로 감탄할 일이 별로 없네요.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고 흐뭇하게 하는 그런 아름답고 감격스런 일들을 별로 듣거나 보지 못합니다. 사랑으로 오시는 주님을 맞이하기 위해 깨어 살아가는 이 시기에 좀 더 서로에게 감격하고 감탄할 일이 좀 더 많아졌으면 싶습니다.

 

오늘 복음(Mt8,5~11)에 보면, 예수님께서 카파르나움에 들어가셨을 때 뜻하지 않게 한 백인대장을 만나게 되었는데, 그 백인대장이 자신의 종을 향한 따뜻한 마음을 보시고 예수님께서 감탄하시고 감동하셨다는 내용이 저를 흔듭니다. 그 이방인의 모습에서 그리스도인인 우리가 세상을 살면서 자신보다 여러 가지 면에서 부족하고 하찮으며(?) 낮은 사람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으며 어떤 호의와 배려를 하느냐를 묻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사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살고 있던 동시대의 아픔, 곧 신분과 성별, 지역과 직업에 따른 차별로 인해 인간이 인간다운 존재로 대우받지 못하면서 겪는 여러 가지 어려움을 보면서 마음 안타까워 하셨으리라 봅니다. 그런데 그렇게 주인과 종의 신분차별이 분명한 세상에서, 자신의 종이 중풍으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너무도 안타까운 나머지 자신의 체면과 위신을 아랑곳 하지 않고 낯선 사람에게 와서 도움을 요청한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물론 그 종이 분명 여러 면에서 그 백인대장에게 쓸모 있고 능력 있는 종이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그 백인대장은 주님께 다가와서 부탁을 드리기 이전에 여러 가지 방법으로 그 종의 치료를 위해 노력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럼에도 아무런 차도가 없자, 마지막으로 주님께 다가와서 그토록 간절하게 부탁하였으리라 봅니다. 이런 주인을 모시고 섬기는 종 역시도 참으로 행복한 사람이 아닐까 싶네요. 자신을 아껴주고 자신을 인정해 주는 주인을 위해서 무엇인들  못하겠으며, 이는 주인과 종의 관계를 뛰어넘은 호의가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을까 싶고, 어쩌면 주님 또한 이를 직감하셨으리라 봅니다.

 

한 사람의 됨됨이를 알려면 그 사람의 인간관계를 보면 대개 짐작이 간다고 합니다. 무릇 모든 사람과의 관계의 기본은 신뢰와 믿음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곧 한자의 믿을 신信은 사람 人변에 말씀 言의 합성어이잖아요. 곧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오고 가는 말은 믿음이 있어야 그 관계가 지속 될 것인데, 그 이유인 즉 인격의 바탕은 올곧은 말에서 나오기 때문이라고 믿습니다. 오늘 우리 사회의 모습은 어떠합니까? 우리는 여러 곳에서 서로 믿지 못해 논쟁하는 불신의 현상들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백인대장이 예수님께 와서 자신의 종의 중풍을 낫게 해 달라고 간청합니다. 예수님은 이미 그 백인대장의 말투에 드러난 자신의 종을 아끼고 아파하는 그의 따뜻한 마음을 읽으시고 그가 전혀 예상하지 않은 <내가 가서 직접 그를 고쳐 주마.> 하시자(8,7), 예수님께 대한 신뢰에 찬 그의 본심을 보다 더 잘 파악할 수 있는 대답을 듣게 됩니다. <주님, 저는 주님을 제 지붕 아래로 모실 자격이 없습니다. 그저 한 말씀만 해 주십시오. 그러면 제 종이 나을 것입니다.>(8,8) 물론 이런 응답을 들으려니 하고 하신 말씀은 아니었지만 그 백인대장의 겸손과 신뢰에 넘친 고백을 듣고 예수님은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베푸시는 분께서 오히려 받는 자에게서 예상하지 않은 뜻밖의 선물을 받을 때의 감격에서 예수님은 뭐라 표현할 수 없는 기쁨으로 충만하셨으리라 상상됩니다. 어쩌면 자신의 사도직 여정을 통해서 느끼는 <사람들에 대한 실망>의 어둠에서 새로운 힘과 활력을 얻게 되고 자신의 하는 일에 대한 보람과 자부심을 느끼는 순간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기에 예수님께서 <장군 멍군>식으로 그 백인대장에 대해 <나는 이스라엘의 그 누구에게서도 이런 믿음을 본 일이 없다.>(8,10)고 칭찬을 아끼지 않으십니다. 물론 이 칭찬의 밑바닥에는 그 백인대장에 비해 믿음이 없는 자신의 동족 이스라엘 사람에게 대한 예수님의 속내가 은연 중 표현되어 있다고 봅니다. 어쩌면 이 표현을 확대해 보면 당신을 믿고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인 우리 역시도 그러해야 하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그리스도 신자인 우리는 예수님을 믿는 신앙인입니다. 그렇지만 오늘 복음의 백인대장과 같이 나 아닌 이웃의 아픔을 안타까워하며 주님께 전적인 겸손과 신뢰로 간청하면서 살아가고 있나 물어봐야 하리라 봅니다. 로마 군인인 백인대장은 그의 신분과 직책에 어울리지 않게 그의 머리는 차지만 마음은 따뜻한 사랑이 있었기에 중풍으로 괴로워하는 종(=부하)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자 하는 측은지심 그리고 가난한 떠돌이 랍비이신 예수님께 대한 그의 무한한 신뢰와 겸손이 예수님을 감탄하게 하며 감동시킵니다. 아마도 그러기에 그는 대림절을 시작하는 우리 모두에게 어떤 마음으로 이 시기를 살아야 하는 가를 보여주는 롤 모델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우리 역시도 오늘뿐만 아니라 이 대림시기를 살아가면서 예수님을 감탄하게 하고 감동시키는 삶을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