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륜지대사 (人倫之大事)

by 후박나무 posted Jul 1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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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주일날 큰 조카가 인륜지대사 (人倫之大事) 라는 혼인을 하고 새롭게 태어났다. 예수는 가나의 혼인잔치에서 포도주가 떨어져 곤란한 입장에 놓인 신랑, 신부를 위해 정결례에 쓰이는 물독의 물을 포도주로 변화시키는 첫 번째 이적을 행하면서까지 흥이 깨지지 않게 하였다. 요한이 전하듯 예수의 첫 번째 이적이 정결례에 쓰일 물을 포도주로 변화시켰다는 보고는 상징하는 바가 많다. 이 예식에 참석코자 금요일에 링거에 마늘주사까지 맞으며 대비했다. 염려한 바와는 달리 예식 끝까지 별다른 어려움 없이 참석하고 사진도 촬영하였다. 예식 전에 신부대기실에도 들려 생각지도 못했던 신부(神父)와 신부(新婦) 사진도 찍고. 사제 정장은 입어본지 하도 오래되어 스스로에게도 생경하더라! 하기는 옥계 본당 신부할 때 입고 처음이라……. 신부쪽 집안이 구교라 로만칼라가 제 몫을 하였다.

 

히브리어에는 원래 비교급이나 최상급이 없다. 상대적인 우위를 나타내고자 하면 ‘더’를 붙이거나 한 번 더 강조하던가 아니면 누구는 사랑했고 누구는 미워했다는 식이다. 신약성서는 비록 그리스어로 씌어졌지만 그 본래의 언어는 예수와 사도들의 언어였던 아라메아어 였을것이고 아라메아어는 히브리적 사고방식을 상당부분 이어받았다. 그것을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이렇다. 로마서 9:13 [ 그것은 "나는 야곱을 사랑하고 에사오는 미워하였다."고 기록된 성서의 말씀대로입니다.] 또 마태오 복음 10: 37은 히브리식의 비교우위가 어떻게 표현되는지 보여준다. “아버지나 어머니를 나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은 나에게 합당하지 않다. 아들이나 딸을 나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도 나에게 합당하지 않다.”

 

혼인이란 이제껏 한 사람이 맺어온 인간관계에서 누가 비교우위이고 무엇이 근본적인 관계가 될 것인지를 정하여 이를 많은 일가친척과 지인들 앞에서 천명(闡明)하고 약속하는 것이다.

 

“사람이 사는 동안에 한번 잊지 못할 사람을 만나고, 잊지못할 이별도 하지....” 결혼생활을 하는 사람들뿐 아니라 수도자나 성직자의 길을 가는 사람도 최소한 하느님과 이런 관계를 한번이상 가졌던 사람들일게다. 혼인생활도 연륜에 따라 배우자와의 관계가 돈독히 되기 위해서는 같이 지내는 시간과 홀로 있는 시간을 적절히 안배해야 하듯, 수도생활도 그렇다. 하느님과의 첫 만남 이후 우리 각자는 얼마나 멀리 왔을까!

 

"사람은 자기가 어디로 가는지 모를 때보다 더 멀리 갈 수는 없다." - 올리버 크롬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