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주간의 자가격리

by 후박나무 posted Dec 06, 202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거의 열흘 만에 공동체 미사에 참여했다. 자가격리 기간인 2주도 어느새 다 지나 8일 정오면 해제된다. 지난달 24일 중구 명동의 치과를 다녀왔는데, 다음날 보건소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코로나 확진자가 그 치과를 다녀갔으니 가까운 보건소에서 검사를 하라는…….당일로 강북보건소를 찾아 검사를 하고 다음날 오전에 통보를 받았다. 검사결과는 음성이지만, 잠복하고 있을 수 있으니 2주간 자가 격리를 해야 하다며 여러 가지를 안내해주었다. 보건소와 강북구청 공무원들의 세심한 관리와 지도 확인 하에 열흘이 흘렀다. 성인이 된 이후 이런 구체적인 지시를 받고 따르기도 처음이다^^

 

칼 바르트(Karl Barth, 1886-1968)의 유명한 말 중 “한 손에는 성경, 한 손에는 신문을”이라는 말이 세계적인 코로나 펜데믹(pandemic)속에 설득력을 더한다. 우리 쪽의 사고로는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 이 적절할 것 같다.

 

오늘은 첫 새벽에 Corelli 의 Concerti Grossi Op 6을 먼저 들었다. 그전에도 의식하고는 있었지만 관구장이라는 직책을 수행하면서 뉴스라는 게 대부분 마음의 평화와 평정을 도모하기 보다는 오히려 격앙케 하고 불안과 분노를 증폭시킴을 알아차렸다. 대개의 news는 Good News 가 아니기 때문이다. 개가 사람을 물면 뉴스거리가 안 되지만, 사람이 개를 물면 뉴스가 되니 말이다. 칼 바르트의 말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뉴스거리에 휘둘리지 않는 상당한 내공이 필요하다. 결국에는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 에 지나지 않을 많은 일들이 침소봉대(針小棒大)되어 호떡집에 불난 듯이 호들갑을 떨며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켜 여론을 조작한다. 그러다가도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입 딱 씻고 다른 호떡집에 불을 내러간다. 그것이 현대 매스컴들의 구조 혹은 존재양식으로 굳혀진듯하다. 또 이를 소비할 수밖에 없는 대중들도 중독되어 가고.

 

오늘이 자가격리 12일째다. 나름대로 12월에는 무엇을 하리라고 마음먹었었지만 그건 내 생각일 뿐이고 하늘은 또 정한바가 따로 있게 마련! 그러니 모든 것에는 다 때가 있음을 믿고 마치 포기한 듯 길게 보며 기다리는 사람이 평화를 지키며 주변에 전파시킬 수 있을 것이다. 곧 경천동지할 듯 호들갑을 떨던 일도 겪고 보면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에 지나지 않은 일들이 거의 다더라!

 

오늘이 대림절이 아니더라도 우주를 움직이는 그 거대한 힘은 우리가 오늘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각자 돌아가야 할 곳이 다르니 그 길도 다르리라. 그러나 우리 모두는 하느님의 손바닥 안에 있고, 하느님의 크신 안배 속에 저마다 고향으로 가리라. 하느님이 몸소 눈물을 닦아주시고 맑은 술을 걸러주시는 그곳에선 事必歸正 이란말도 필요 없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