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단풍

by 후박나무 posted Oct 27,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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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의 계절이다. 몇 년째 이곳에 살며 이즈음에 북한산과 도봉산의 산색이 절정을 향해 하루하루 달라지는 것을 보고 있자면 해마다 피는 꽃은 같지만 사람은 그렇지 않다고한 싯귀에 공감이 간다.

 

년년세세 화상사, 세세연연 인부동(年年歲歲 花相似 歲歲年年 人不同). 해마다 피는 꽃은 같지만, 사람은 그렇지 않네.

 

이에 비해 두목(杜牧)의 '산행'(山行)은 유한한 인간으로서 세월의 추이를 받아들이면서도 쉽사리 무상(無常) 에 휩쓸리지 않는 품위를 보여준다. 이런 품위는 삶의 고비마다 쉬운길을 택하기 보다는 좁은 길을 택한 사람의 몫이다.

 

저 멀리 차가운 산 비탈길 올랐더니(遠上寒山石徑斜)/ 흰 구름 피어오르는 곳 인가 드문 보이어라.(白雲深處有人家)/ 가던 수레 멈추게 한 건 아름다운 황혼 단풍(停車座愛楓林晩)/ 서리 맞은 단풍잎, 봄꽃보다 붉어라'(霜葉紅於二月花)

 

서리를 맞고도 지지 않고 꿋꿋하게 붉게 물들기까지 살아낸 단풍에서 인생의 온갖 풍상에 좌절하지 않고 꿋꿋한 삶을 살아낸 사람의 황혼을 읽어내며 청춘보다 아름다울 수 있는 황혼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