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by 후박나무 posted Nov 25,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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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에 읽었던 Cheryl Strayed 의 “Wild” 를 생각하다. 동명의 영화도 만들어졌다. 왜인지는 잘 알수없지만 흥미롭게도 나의 기억에 남은 장면은 알파카를 애완용으로 기르는 소년이 불러준 노래의 멜로디다. 부지런히 기억을 더듬고 구글링을 한 결과 그 노래는 Red River Valley 였다.. 영화에선 셔를의 유년기로부터의 끊임없는 심리적 방황에 브레이크를 걸어 멈추게 하며, 상처가 나을 시간을 벌어준다.

 

구약성서에서도 이와같은 이야기가 보다 극적으로 전해진다.

 

엘리야가 하느님을 만나다.

 

열왕기 상권 19장 9 그가 거기 한 동굴에 이르러 그 속에서 그 날 밤을 지내는데 갑자기 야훼의 말씀이 들려왔다. "엘리야야, 네가 여기에서 무엇을 하고 있느냐?" 10 엘리야가 대답하였다. "저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당신과 맺은 계약을 저버리는 것을 보고 만군의 하느님 야훼를 생각하여 가슴에 불이 붙고 있습니다. 이 백성은 당신의 제단을 헐었을 뿐 아니라 당신의 예언자들을 칼로 쳐죽였습니다. 이제 예언자라고는 저 하나 남았는데 그들이 저마저 죽이려고 찾고 있습니다." 11 다시 음성이 들려왔다. "앞으로 나가서 야훼 앞에 있는 산 위에 서 있거라." 그리고 야훼께서 지나가시는데 크고 강한 바람 한 줄기가 일어 산을 뒤흔들고 야훼 앞에 있는 바위를 산산조각 내었다. 그러나 야훼께서는 바람 가운데 계시지 않았다. 바람이 지나간 다음에 지진이 일어났다. 그러나 야훼께서는 지진 가운데도 계시지 않았다. 12 지진 다음에 불이 일어났다. 그러나 야훼께서는 불길 가운데도 계시지 않았다. 불길이 지나간 다음, 조용하고 여린 소리가 들려왔다. 13 엘리야는 목소리를 듣고 겉옷자락으로 얼굴을 가리우고 동굴 어귀로 나와 섰다. 그러자 그에게 한 소리가 들려왔다. "엘리야야, 네가 여기에서 무엇을 하고 있느냐?" 14 엘리야가 대답하였다. "저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당신과 맺은 계약을 저버리는 것을 보고 만군의 하느님 야훼를 생각하여 가슴에 불이 붙고 있습니다. 이 백성은 당신의 제단을 헐었을 뿐 아니라 당신의 예언자들을 칼로 쳐죽였습니다. 이제 예언자라고는 저 하나 남았는데 그들이 저마저 죽이려고 찾고 있습니다."호렙의 한 동굴에 처 박힌 엘리야는 자신이 그간 해온 일과 당한일을 곱씹으며 자신의 정체성과 사명을 묻고 있다. 하지만 여러 사건과의 거리가 충분치 않기에 온갖 자기주장과 정당화로 다른 소리를 들을 여백이 없다. 자기모순과 좌충우돌의 시간이 충분히 지난 뒤에야 엘리야는 여백이 생기고 침묵의 소리를 들을 준비가 된다. 조용하고 여린 소리를... 그러나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는 법! 차야 넘친다!

 

하느님의 소리를 들은 엘리야는 자기자신과 사명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는다. 좀 더 하느님의 사람이 된 것이다. 교회 전례력으로 새 해가 몇일 안남았다. 열왕기의 엘리야 이야기는 년말년시에 자신의 삶을 비춰볼 좋은 텍스트, 거울이다.

 

https://youtu.be/ezJkRDQmL2Y

 

https://youtu.be/hrCK_EVjcZ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