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과 병고의 체험!

by 후박나무 posted Dec 06,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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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자기 뜻대로 움직여지지 않게 되면서 이전에는 당연하게 여겨졌던 많은 것에 참 고마움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이전에는 자신이 세운 원칙에 따라 움직이던 일련의 근육들이 굳었던 혹은 얼었던 표면이 녹기 시작하면서 마음의 움직임을 수시로 표현하게 되니 일관성이란 면에서 곤혹스러운 상황을 자주 맞닥뜨린다.

 

수십 년 전 수도회 외부지원자로서 마도로스 양말 공장에 잡부로 취직하여 살면서, 어떤 경로를 통해서인지는 알 수 없으나 내손에 들어와 마음대로 쓰게 된 소소한 것 뒤에는 어느 무명 노동자의 웃음뿐 아니라 한숨과 눈물과 땀이 베어있음을 실감하게 되었다. 가브리엘 마르셀은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고통의 체험 중에서도 가난과 병고의 체험을 필수로 본다. 눈 물젖은 빵을 먹어보지 못한 사람이 인생의 의미를 모르듯, 추위에 떨어본 사람만이 햇빛의 고마움을 아는 법이다. 나에게는 현저하게 이 두 가지가 결핍이었나 보다.

 

출판사에서 최종 표지 일러스트레이션과 표지 색을 보내왔다. 보낸 그대로 승인을 하고 인쇄에 들어갔다. 이번 주말이면 제본까지 마무리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