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by 후박나무 posted Jan 18,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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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hrCK_EVjcZ0

 

The wild 란 영화에서 처음 접한 노래인데 왠지 아늑한 고향을 연상시켜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 수도회 입회하기 오래전부터 해마다 1월에는 설악산, 여름에는 지리산을 올랐던 이유도 아마 같은 심정이었던 것 같다. 마음의 고향이 그리워서. 이제는 기껏해야 둘레길에서 바라볼뿐이지만!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고 하지 않는가! 아직까지 회한은 없는 듯 하다. 눈덮인 설악의 준봉들을 바라보거나 지리산의 능선을 고즈넉이 바라보면 허허롭게 비어있던 마음에 물기가 오르고 나의 세포들이 비젼으로 가득 차곤했다. 그러기에 자연히 그곳으로 마음이 끌렸다. 마치 시편 19장처럼...

 

1 하늘은 하느님의 영광을 속삭이고 창공은 그 훌륭한 솜씨를 일러줍니다.

 

2 낮은 낮에게 그 말을 전하고 밤은 밤에게 그 일을 알려줍니다.

 

3 그 이야기, 그 말소리 비록 들리지 않아도

 

4 그 소리 구석구석 울려 퍼지고 온 세상 땅 끝까지 번져갑니다. 해를 위하여 하늘에 장막을 쳐주시니

 

5 해는 신방에서 나오는 신랑과 같이 신나게 치닫는 용사와 같이

 

6 하늘 이 끝에서 나와 하늘 저 끝으로 돌아가고 그 뜨거움을 벗어날 자 없사옵니다.

 

7 야훼의 법은 이지러짐이 없어 사람에게 생기를 돌려주고 야훼의 법도는 변함이 없어 어리석은 자도 깨우쳐준다.

 

8 야훼의 분부는 그릇됨이 없어 사람의 마음을 즐겁게 하고 야훼의 계명은 맑아서 사람의 눈을 밝혀준다.

 

9 야훼의 말씀은 순수하여 영원토록 흔들리지 아니하고 야훼의 법령은 참되어 옳지 않은 것이 없다.

 

10 금보다, 순금덩이보다 더 좋고 꿀보다, 송이꿀보다 더욱 달다.

 

11 당신 종이 그 말씀으로 깨우침 받고 그대로 살면 후한 상을 받겠거늘

 

12 뉘 있어 제 허물을 다 알리이까? 모르고 짓는 죄일랑 말끔히 씻어주소서.

 

13 일부러 범죄할까, 이 몸 막아주시고 그 손아귀에 잡힐까, 날 지켜주소서. 그제야 이 몸은 대역죄 씻고 온전히 깨끗하게 되리이다.

 

14 내 바위, 내 구원자이신 야훼여, 내 생각과 내 말이 언제나 당신 마음에 들게 하소서.

 

이렇듯 대자연에서 느끼며 소통하던 신성은 수도회 입회후 인위적인 장소로 국한내지 축소된 경향이 있다. 마치 집도 절도 없이 떠돌던 보잘 것 없는 반유목민이던 히브리인(하삐루)들이 정주하여 농경생활을 하게 되면서, 하느님의 현존도 고정된 성전의 지성소로 국한되는 경향이 생겼듯이 길들여지지 않는 생경한 대자연의 하느님은 어느새 인간적인 편의에 편승하는 하느님이 된 측면이 없지않다. 낯선 하느님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을 겪음으로서 또 인위적인 성소(聖所)를 벗어나 대자연을 만남으로서 조금씩 보완되는 것 같다.

 

전과 달리 이제는 자기의지대로 할 수 없는 일이 하나, 둘씩 많아지니 자연 무력감과 자괴감에 자주 사로잡히게 된다. 세면하고 용변을 보고 샤워하고 면도하고 옷을 갈아입는 등 한 인간으로서 자신의 존엄을 지킬 수 있는 일이 지난한 과업이 되니 사는 일이 참 힘겨운 미션이 되고 말았다. 나날이 깊어지는 병세를 성령께 맡기는 마음은 줄어들고 많은 것을 남의 손에 맡겨야 하는 미구에 닥쳐올 상황에 시름만 깊어진다. 삶이란 들숨과 날숨 사이라하니 이런 분심으로 마음이 산란할 때 호흡에 마음을 모아본다. 흰 머리 한 올 검게하지 못하는 현실을 직시할 때 허황된 바램과 그 당연한 귀결인 좌절의 윤회가 그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