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사색

이야기

by 후박나무 posted Apr 30,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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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rante l’estate a Roma, soltanto rimangono I tedeski e I cani! 여름에 로마에는 오로지 독일인과 개만 있다.

 

사하라의 사막에서 더워진 공기가 지중해를 거쳐 오며 습기를 잔뜩 머금은 시로코(sciroccale) 가 불어오는 여름엔 현지인들은 다 바캉스를 떠나 로마에는 햇빛에 굶주린 독일인들과 개들만 돌아다닌다고.

 

로마에 간 첫여름 나는 강아지도 독일인도 아니지만 딱히 갈 데도 없어 긴 여름방학을 로마의 본원에서 지내게 되었다. 3박4일로 아드리아해변의 우리 수도원에 묵으면서 수영을 한 게 피서의 전부. 공교롭게도 거기서 모기에 물려 풍토병도 앓고. 절대안정이 필요하다는 의사의 지시로 침대에서 지내며 움베르토 에코를 읽었다. 당시는 이탈리아어를 배울 때였으므로 영문판으로 Il nome della Rosa, 장미의 이름을 읽었다. 다음에 읽은 것이 푸코의 추 였고.

 

푸코의 추나 Numero Zero 등에는 에코가 즐겨 다루는 주제중 하나인 일종의 ‘음모론’ 이 등장한다. 하느님의 말씀은 ‘다발’ 이라 하는데 말씀이 발해지면 그에 상응하는 실재가 생긴다. 하느님의 모상인 인간도 비슷한 능력을 가진 듯하다. 비록 현실과는 유리되거나 악의적으로 가공의 현실을 창작해 왜곡해도 그 가공현실은 또 다른 형태의 실재가 되어 사람은 그 영향을 받게 된다는 것.

 

에코는 ‘푸코의 추’에서 암을 예로 드는데 우리는 더 피부에 와 닿게 ‘종편’이라는 극도로 편향된 언론이 있다. 그들은 끊임없이 왜곡된 현실이 진실인양 떠들어댔고, 상습적인 거짓말쟁이가 그렇듯, 자신의 거짓말을 현실로 믿게 되면서 낭패를 겪게 되었다. 국민들이 알아서 쓰레기 분리수거를 한 셈이다.

 

그들이 만든 가상현실을 받아들이지 않고 거기에 속하지 않는 사람은 현세에서 불이익과 미움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