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사색

강박관념

by 후박나무 posted Aug 17,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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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디트로이트에서 성. 십자가관구의 총회를 마치고 미국 전역의 수도원 방문 중에 뉴욕관구의 쟈마이카에서 열린 Passionist Heritage Institute 에 참석한 적이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 온 여러 강사중 지금도 기억에 남는 사람은 Paul Waddell 이다. 지금 식으로 말한다면 ‘윤리란 무엇인가’ 라는 주제의 강의였다고 기억된다.

 

Paul이 어렸을 때 같은 동네에 살던 삼촌은 당신집 지하실을 토요일에 개방하여 친교의 장소로 만들었다고 한다. 당구대와 탁구대를 마련하고 맥주등 가벼운 음료를 비치하여 마을 사람들이 스스럼없이 들러 놀거나 대화를 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런 장소와 기회제공을 통해 마을 분위기가 바뀌어 가는걸 보면서 어렸던 자기도 ‘참 좋다, 나도 크면 저렇게 해야겠다’ 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바로 그렇게 ‘나도 그렇게 하고 싶다’ 는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것 이것이 윤리의 기본이 아니겠느냐 하는 게 그의 강의의 요점이었다. 온몸으로 감지하고 감동할 수 있는 모델이 없는 윤리는 강박관념만 양산하는 위선적 윤리가 되고 만다.

 

마음이 움직이는 체험을 할 기회나 노하우의 전수 없이 그 결과만을 강박하는 폭압적인 상황은 사람들을 왜곡 시킨다. 먼저 무조건적인 수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체험을 한 사람이 너그러워질 수 있다. 그런 체험, 그렇게 무조건적으로 수용되는 차원으로 나아가는 노하우를 배우고 수행함이 선행되어야 가식적인 윤리생활을 피할 수 있다. 감동을 주는 모델이나 구체적인 노하우 없이 그저 너그러워져야한다는 요구는 강박관념만 양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