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사색

목소리

by 후박나무 posted May 07,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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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들은 그의 목소리를 알아듣는다.

 

지난 3월에 어렵게 힘을 내어 솔이를 맡긴 주문진에 다녀왔다.  힘든 여행을 강행한 것은 솔이 에게 자신이 버림받은 게 아님을 알려주고자 함이었다. 해후때 광란의 세리모니후에는 얌전하게 지내고 헤어질 때는 좀 울었지만 그런대로 잘 적응한줄 알았다.  엊그제 우연히 이야기를 들으니 내가 다녀간 후 이틀간 밥을 먹지 않았다고 한다. 새로운 환경과 사람에 적응 중이었는데 내가 마음을 출렁이게 한 것 같아 마음도 아프고 다시 방문하는 것도 재고하게 된다.

 

호렙의 동굴 속에 처박혀 살아온 삶과 해오던 일의 의미를 반추하던 엘리야를 동굴 어귀로 불러낸 것은 바람도 불도 지진도 아니었다.  그것은 가녀린 목소리였다.  아마 엘리야가 예전에 들어서 알고 있던 목소리가 아니었을까?  목소리를 또 기척을 알아듣고 따라 나서는 관계가 되기까지는 얼마만한 시간을 서로에게 공을 들인 것일까!

 

밤엔 잠자리를 봐주고 캄캄한 새벽 성당에 가기전 잘 잤나 들여다 보고 매일 미사 후에는 함께 산책을 하며 강아지 때부터 4년이 넘는 시간을 그런 유대 속에 지냈었다.

 

" 네 장미꽃을 그렇게 소중하게 만든 것은

그 꽃을 위해 네가 소비한 시간이란다.

 

목자와 양의 관계 또한 이런 것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