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사색

욥과 가나안 부인

by 후박나무 posted Aug 09,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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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바티칸 공의회의 [사목헌장]은 기쁨과 희망(Gaudium et spes) 이란 유명한 단어로 시작하지만 곧이어 슬픔과 고뇌, 특히 가난하고 고통 받는 사람들의 슬픔과 고뇌를 언급한다. 오죽하면 삶을 고해라 하겠는가! 오늘 복음도 마귀가 든 딸로 인해 노심초사하는 가나안 부인의 이야기다.

 

이 이야기를 ‘전폭적인 믿음과 겸손’ 이라는 천편일률적 일방통행 식 해석과는 달리, 가나안 이방 여인에 의한 예수의 역복음화로 해석한 이는 CTU 의 Gittins, CSSp, Anthony J. 교수였다. 이방인 부인의 도전을 받은 예수는 곧바로 자신의 견해를 바꾸어 진리에 복종한다. 나는 이런 해석을 94년 호주 세미나에서 처음 접했다.

 

기팅스 교수의 어깨에 앉으니 새로운 시야가 열린다. 가나안 부인의 이야기는 욥과 야훼 하느님의 이야기와 흡사하지 아니한가? 하느님의 절대적인 정당성을 주장하고 옹호하는 세 친구와는 달리, 욥은 적극적으로 당당하게 하느님의 부당함을 고발하고 비판하며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한다. 하느님은 비록 폭풍우속의 응답으로 당신의 정당함을 입증하지만 맺음말에서 이런 말씀으로 욥의 정당함을 인정한다.

 

욥기 42;7 야훼께서 욥과 말씀을 마치신 다음에 테만 사람 엘리바즈에게 말씀하셨다. “너와 너의 두 친구를 생각하면 터지는 분노를 참을 길 없구나. 너희는 내 이야기를 할 때 욥처럼 솔직하지 못하였다”. 가나안 부인의 솔직함이 욥의 항변처럼 하느님을 움직인 것이다.  하느님은 굴종하는 노예가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당당하게 말하는 인간을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