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사색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by 후박나무 posted Aug 20,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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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름의 8월도 하순에 접어들었다. 우리 회원들은 내일부터 목요일까지 모두 삽존리 수도원에 모여 공동휴가를 한다. 몸이 따라주지 않는 회원은 있는 곳에서 杜門卽深山! 독립적이면서도 소외되지 않는 내공, 중용이 필요하다.

 

자려고 누워도 잠이 오지 않으니 이리 누워도 저리 누워도 불편하기만 하다. 오래되어 허리 부분이 꺼진 애꿎은 매트리스에 짜증이 나고. 결국 바닥에 담요를 깔고 잠자는데 성공하다^^ 침대를 치워야겠다.

 

홀로 사는 사람보다는 자녀를 둔 부모들이 살아가면서 훨씬 더 자주 근심, 걱정과 절박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어제 밤새 비 내리는 소리를 들으며 솔이가 비 안 맞고 잘 자는지 걱정되는데, 부모들의 자식생각이 어떠하랴? 그러니 Gittings 교수의 가나안 부인 이야기 해석은 특정한 계층에게만 타당성이 있을지도 모른다. 가나안 부인은 체험보다 신학적 신앙에 치우친 성직자, 수도자들에게 이렇게 되묻는 듯하다.

 

안도현 / 너에게 묻는다

 

너에게 묻는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반쯤 깨진 연탄

언젠가는 나도 활활 타오르고 싶을 것이다

나를 끝닿는데 까지 한번 밀어붙여 보고 싶은 것이다

타고 왔던 트럭에 실려 다시 돌아가면

연탄, 처음으로 붙여진 나의 이름도

으깨어져 나의 존재도 까마득히 뭉개질 터이니

죽어도 여기서 찬란한 끝장을 한번 보고 싶은 것이다

나를 기다리고 있는 뜨거운 밑불위에

지금은 인정머리 없는 차가운, 갈라진 내 몸을 얹고

아랫쪽부터 불이 건너와 옮겨 붙기를

시간의 바통을 내가 넘겨받는 순간이 오기를

그리하여 서서히 온몸이 벌겋게 달아오르기를

나도 느껴보고 싶은 것이다

나도 보고 싶은 것이다

모두들 잠든 깊은 밤에 눈에 빨갛게 불을 켜고

구들장 속이 얼마나 침침하니 손을 뻗어 보고 싶은 것이다

나로 하여 푸근한 잠자는 처녀의 등허리를

밤새도록 슬금슬금 만져도 보고 싶은 것이다

 

영화 ‘역린’의 대사로 의역되었던 중용 23장에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 되어 세상을 변화시키는 길이 있다. 가나안 부인은 그 정성으로 예수와 딸을 그리고 세상을 변화시킨다.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정성스럽게 되면 겉에 배어 나오고

겉에 배어 나오면 겉으로 드러나고

겉으로 드러나면 이내 밝아지고

밝아지면 남을 감동시키고

남을 감동시키면 이내 변하게 되고

변하면 생육된다.

그러니 오직 세상에서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