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사색

만산홍엽(滿山紅葉)

by 후박나무 posted Nov 04,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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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빨강머리 딱따구리의 경쾌한 노크소리를 들으며 만산홍엽(滿山紅葉) 속을 걸어 우이령 정상까지 다녀오다. 晩秋의 우이령길이 교토의 ‘철학자의 길’ 못지않다. 붉게 물든 나뭇잎과 뒹군 낙엽은 無常으로 永遠을 드러나게 한다. 단풍사이를 걷다보니 2001년 안식년 부활절 때 샌. 프란시스코에서 L. A 까지 태평양을 따라 꽃이 만발한 과수원을 누비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러고 보니 단풍도 꽃이다.

 

“꽃 잎 떨어져 바람인줄 알았더니 세월이더라” 는 “나뭇잎 떨어져…….” 로 바꾸어도!

 

“대통령의 글쓰기”란 책을 펴낸 전 청와대 연설비서관 강원국씨가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런 말씀을 하셨다. 자신이 일차로 완성한 연설문을 갖고 대통령님과 여러 수석이 독회를 할 때, 대부분의 수석들은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려고 뭐라도 한마디씩은 비평을 하는데 문 수석은 일체 말씀이 없으셨다고. 꼭 하실 말씀이 있을 때는 자신이 혼자 있을 때 찾아오셨다고.

 

강 비서관의 생각에 그 점에선 나서기 좋아하는 김대중 대통령이나 노무현 대통령과 다르셨다고 한다. 공동체 생활을 하는 우리 개개인들은 자신이 차지하는 공동의 시간과 공간이 말하자면 N분의 1을 넘지 않게 주의한다. 가끔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자신이 받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듯한 사람도 있지만 말이다.

 

모임에서 역할이 성직자, 수도자인 관계로 공동의 시간과 공간점유율이 N분의 1을 넘을 때가 많다. 공동선을 위해 주어지는 시, 공간을 공동선을 위해 활용하는 사람이 겸손한 사람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