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하 마리아 (서울 글방)
뒷산 고갯마루
새가 씨 뿌린 노간주나무
비와 바람이 길러준 나무
햇살이 안아준 그 나무들
어느새 자라서 키보다 크다.
곧게 자라는 정신 배우고 싶어
늘 푸른 마음 흉내 내고 싶어
밭머리 한그루 옮겨다 심고
내 업적인양 쳐다 보았다.
긴 세월 기다리던 나무
누가 보기에 아무것도 아닌
쓸데없는 짓거리로 보이는 일이
그러지 않고는 살 수 없는 것처럼
어찌 그리 골똘하고 절실한 것인지
마음속에 그리던 나무 한 그루
땅 파고 심어 세워보는 일
다른 일들 모두 날려 버리고
한그루 나무되어 길섶에 서다
사람은 두 손 모아 기도하지만
온 몸으로 하늘을 바라는 나무
세상의 유혹 거부하는 듯
가시 돋친 바늘잎 몸을 감싸고
안으로 굳은 심지 올리는 나무
활개 치는 나무들 잎 떨군 뒤에
붉은 열매 새들에게 보답하는 나무
밭가에 한그루 옮겨다 심고
마음 안에도 너를 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