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사색

돌베개

by 후박나무 posted Jun 09,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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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브리 성서의 창세기에 야곱의 돌베개 이야기가 있다. 어머니 레베카와 공모하여 아버지 이사악을 속이고 에사우의 장자권을 가로챈 야곱은 형의 복수를 피해 삼촌 라반의 집으로 피신을 간다. 하루아침에 의지가지없는 도망자로 전락한 그는 광야에서 밤을 지내게 되어 돌베개를 베고 잠을 자게 된다. 그곳에서 사다리가 하늘에 걸린 꿈을 꾸게 된 야곱은 그곳이 ‘하늘의 문’ 임을 깨닫고 베델이라 이름 짓는다.

 

장준하 씨는 일본에 의해 강제 징병을 당해 만주의 관동군으로 끌려가면서 만약 자기가 보내는 편지에 ‘돌베개’라는 말이 나오면, 자신은 광복군에 합류하기 위하여 일본군을 탈주한 것으로 알라고 아내에게 이른다.

 

돌베개를 비롯하여 장준하씨 이야기를 장황하게 한 이유는 광복군 동료 김준엽 전 고대총장님의 말씀을 소개하기 위해서다. 해방 후 그분은 정치계에 발을 들이지 않고 교육계에 뜻을 두셨다. 많은 무고한 시민들을 학살하고 총칼로 정권을 잡고 불의를 자행하던 전두환 정권의 캐치 프레이즈는 아이러니하게도 “정의사회구현” 이었다. 희망을 잃기 쉬운 이런 암울한 시대에 김준엽 총장님이 하셨던 말씀은 오늘 복음의 성모님을 닮았다.

 

“현실에 살지 말고 역사에 살라. 역사의 신을 믿으라. 긴 역사를 볼 때 정의와 선과 진리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총장님의 말씀은 오늘 복음에서 성모님이 하셨다는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였다.” 와 같은 맥락으로 들린다. “일어나는 일 하나하나에 일희일비 하지 말고 구세사(역사)라는긴 맥락 속에서 보라는 권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