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사색

연상-데이타 베이스-조회

by 후박나무 posted Jun 16,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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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에는 느닷없이 헬렌 켈러를 연상하다. 사람의 뇌는 우리들의 상상이상으로 정밀하고 정확한 것 같다. 짧은 시간에 키워드를 선정하고 방대한 데이터베이스인 기억에 조회하여 결과물을 내놓는다. 전광석화처럼 이뤄진 과정을 천천히 복기해보니 발단은 “쟁기” 이었다.

 

엘리야가 엘리사를 후계자로 선택하니, 엘리사는 즉시 겨릿소를 잡고 땔감으로 쓰려고 쟁기를 부수어 고기를 굽는다. 여기서 신약성서 루카복음이 연상되지 않는가? 9:62 예수님께서 그에게 이르셨다. “쟁기에 손을 대고 뒤를 돌아보는 자는 하느님 나라에 합당하지 않다.” 히브리 성서에 익숙하고 그 전통에 젖어 살아온 예수님에게 쟁기는 당연히 엘리사의 전적을 연상케 했을 것이다. 엘리야의 부름을 받은 엘리사는 이제까지의 삶을 청산하고 새 삶을 살기 위해 쟁기를 부수어 태워버림으로 과거와의 연대를 끊어버리기 까지 하는데, 하물며…….

 

당시를 자주 읽고 즐겨 인용하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그 내용과 이미지가 내면화 되어 자신의 글이나 작품에 반영되기 마련이다.

 

李太白의 山中問答중 笑而不答心自閑은 김상용 시인의 ‘南으로 窓을 내겠소’ 중

 

왜 사냐건

웃지요.

 

로 육화된다.

 

나더러 왜 깊은 산 속에 사느냐 묻기에

빙그레 웃고 대답 않으니 마음 절로 한가롭다

흐르는 물 위에 복사꽃 아득히 떠가니

여기가 바로 별천지인가 하노라.

 

問余何事栖碧山 (문여하사서벽산)

笑而不答心自閑 (소이부답심자한)

桃花流水杳然去 (도화유수요연거)

別有天地非人間 (별유천지비인간)

 

설직의 추조람경(秋朝覽鏡)중 마지막 구절 생애재경중(生涯在鏡中) : 내 삶이 거울 속에 있구나! 는 서정주 시인의 국화 옆에서 중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이란 구절을 연상시킨다. 그렇다고 김상용이나 서정주 시인이 표절했다고 하지는 않는다. 엄밀히 생각해보면 사실 저작권이란 그리 타당하지 않은 개념이다. 세상 모든 것은 상호교류와 의존 속에 존재할 수밖에 없는데.

 

중학생때 헬렌 켈러의 자서전을 읽었는데 그가 어릴 때 설리반 선생으로부터 들었던 이야기를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작품으로 발표했다가 표절의혹으로 곤욕을 치렀던 일이 기억에 남아, 오늘 아침 연상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