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사색

바다 내음

by 후박나무 posted Feb 05,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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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추운 때가 입춘인 건 옛사람들이 이제 곧 봄이 온다 생각하며 독한 겨울을 극복하려던 거겠지”

 

영화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 중 한 대사인 위의 말이 민망할 정도로, 절기(節氣)상 입춘(立春)은 커녕 정월 초하루인 오늘의 온화한 날씨는 ‘이제 곧 봄이 온다’ 도 아니고 이미 봄이 곁에 와있다고 아우성을 지르는 듯하다. 새벽에 우이령을 오르며 듣는 새소리, 얼음 밑을 흐르는 물소리, 물이 오르는 듯 한 나뭇가지들을 보며 드는 생각이다. 이것도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상이변인가?

 

음력 정월 초하루인 오늘은 자신의 뿌리인 조상을 기리며, 우리의 삶도 조만간 뒤를 이을 유한한 존재임을 명심하고 지금 여기서 영원한 생명을 살고자 다짐하는 날이기도 하다.

 

“세계의 종교”를 쓴 휴스턴 스미스는 장녀가 암으로 고통 중에 죽어가는 상황에서 스님들이 매일 새벽 외우는 “다섯 가지의 기억” 이라는 기도문을 떠올린다. 어느 날엔가 홀연히 젊음은 가고, 건강도 잃을 것이며 내가 사랑하던 이도 또 내가 귀하게 소장하던 것도 다 잃게 될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인간이라는 존재의 유한성으로 생명도 잃게 될 것이다

 

스미스에게 삶의 덧없음을 일깨우는 이 “다섯 가지 기억”은 사람을 더 사랑해야하는 이유였다.

 

스미스의 장녀 카렌은(당시 50세) 임종석상에서 마지막으로 이런 말을 했다. “대양의 파도소리가 들립니다,” 그리고는 “저는 그 바다 내음을 맡을 수 있습니다.” 하며 여정을 마쳤다. 강은 마침내 그 목적지인 바다에 도달한 것이다. 스미스는 여기서 붓다의 말을 인용한다: “고통이 사랑을 위축시키지 않는다면, 고통은 너를 저 먼 피안으로 데려다 줄 것이다”

 

자신의 뿌리를 확인하므로 서 새 출발을 하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