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라틴교회에서는 죄를 법적이고 윤리적인 언어로 파악하는데 반해 동방교회에서는 성서와 교부들의 전통을 따라 죄를 의료적인 관점에서 바라본다. 다시 말해 동방교회는 죄를 인류가 하느님으로부터 멀어진 후 겪는 질병으로 보는 것이다. 따라서 질병인 죄는 치유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의 육화는 일부 서구신학자들이 상정하는바와 같이, 성부의 의노를 달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인류의 질병인 자기중심적 자기애를 치유하여 하느님 사랑과 이웃사랑이 가능하게 하기 위함이다. 하느님은 영적인 고발자가 아니라 인류를 치유하는 의사이다.
인간은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과, 이웃과, 사회 그리고 환경과 관계를 맺으며 산다. 이 관계가 교란될 때 사람은 영적으로 심리적으로 또 육체적인 영향을 받는다. 악령 또한 인간의 안녕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다.
질병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병의 원인들과 그 상호작용을 식별하고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어떤 이에게는 교회에서 이뤄지는 기도와 영적인 생활이 필요하고, 어떤 이는 의사에게 가는 것이, 어떤 이는 성인을 만나거나 그들의 유물이 보존되어있는 성지를 방문하는 것이 필요하다. 올바른 진단과 처방을 하는 것이 영적지도자와 사목자의 몫이겠다. |
박태원 가브리엘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