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
박태원 가브리엘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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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카메론
오늘은 광복절이자 성모승천 대축일이다. 이번 연휴기간동안 만원이 된 우리 피정 집에는 공교롭게도 정원 7명중 5명이 개신교 신자다. 숲속의 집에 동반자 4기 9명이 오지 않았으면 불균형이 심할 뻔 했다. 개신교신자들이 있어서 조금은 군더더기인 이... -
엑소더스 모티프
짜임새 있고 의미 있게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그들에겐 문의 경칩이나 돌쩌귀에 해당되는 기억이 있는 게 아닐까? 그러니까 그들에겐 데카르트의 양해를 구하면, “We remember: Therefore we are!” 이 되겠다.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기... -
트랜스포터
성서는 왜 베스트셀러가 되었을까? 너무 진부한 답이 나올 것 같으니 질문을 세월이 흘러도 왜 사람들은 셰익스피어를 계속 읽을까로 바꾸는 것이 낫겠다. 그런데 유독 한국에서는 이 질문에 걸맞은 태도로 성서를 읽는 사람은 적은 것 같다. 오히려 읽어야 ... -
헌 옷 갈아입듯!
새벽에 남대천을 따라 낙산사입구까지 왕복 10 Km를 뛰다. 반환점까지 42분, 돌아오는데 43본이 결렸다. 훈련시작한지 한 달 반, 몸무게는 4Kg 줄였고. 조금씩 예전의 속도도 되찾고 완주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탈출기 3:5 주님께서 말씀하셨다. “이... -
오늘이 그 날
“들판의 풀은 묘사될 때 더 푸르러진다”. 그런 의미에서 구약성서는 들판의 풀이 아니라, 묘사된 들판의 풀이다. 과거를 특별한 관점으로(특히 신명기계 신학) 보아 현재와 미래를 위한 교훈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모세오경-토라- 은 노예의 ... -
순교
요한복음서 8:44 너희는 악마의 자식들이다. 그래서 너희는 그 아비의 욕망대로 하려고 한다. 그는 처음부터 살인자였고 진리 쪽에 서본 적이 없다. 그에게는 진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는 거짓말을 할 때마다 제 본성을 드러낸다. 그는 정녕 거짓말쟁이이며 거... -
참 자아
주관과 객관, 이원 대립적으로 자신을 여타의 모든 존재와 유리되어 독립적으로 존재한다고 믿는 것이 거짓자아이다. 그러므로 거짓자아는 본질적으로 소외된 존재로서 집착과 갈애에서 벗어날 수 없다. 거짓자아란 망상이 그 힘을 잃고 희미해지는 정도에 비... -
입추
숨이 턱턱 막히는 무더위를 온몸으로 견디어낸 사람에게 오늘 입추 새벽의 선선한 공기는 더없이 반갑고 또 고맙다. 매미는 봄과 가을을 모른다. 4계절을 다 살아보아야 계절의 차이를 아는 베테랑이 되듯, 전혀 그럴법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스스로 희망을 불... -
변모
요 며칠 복음은 계속 변화에 대한 이야기다. 딸의 치유를 간절히 바라던 가나안 부인의 一心이 하느님의 마음을 돌렸다는 이야기와 어제는 타볼 산의 변모 이야기를 들었다. 예수님의 변모는 우리의 본 모습, 眞我를 찾아 가는 변화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목... -
평상심의 변모
희랍 정교회에서 가장 큰 축일로 지내는 주님 변모축일이다. 미사후 첫 번째 회기에 관구전체 회원끼리 피드백을 주고받는 시간을 갖고 각자 자신들의 자리로 돌아갔다. 남은 우리는 한바탕…….세탁기 3대 3번 돌려 널고, 지금 마지막으로 2대 돌고 있다. 자... -
지성이면 감천
삽존리에서 관구전체 휴가 3일째다, 첫날은 회식을 하며 한 사람씩 짧던 길던 해왔던 수도생활의 소회를 나누었고, 둘째 날은 비오수사님 추모미사와 묘지에서의 연도후 조별로 나들이를 갔다. 오늘은 빡시게 염천의 날씨에 축구를 하고 바다로……. 20대서부터 ... -
개똥밭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고, 사는 게 아무리 괴로워도 죽는 것보다 낫다는 이 말은 삶의 질곡을 아직 제대로 경험하지 못한 보통 사람들에게나 통용되는 말일게다. 어디 구약성서의 예언자들이 그런 사회적 통념을 몰라 이렇게 이야기 했겠는가? 모세 ... -
표징
로렌스 가라사대 자기가 지금 있는 곳에서 사는 사람은 드물다고라…….D. H. Lawrence “Few people live on the spot where they are” 부연설명하자면 실제로 살아있는 사람은 드물다.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어떻게 오천 명이 먹었는지, 실제로 그... -
대사일번 절후소생
나 자신도 포함하여 아무렇지 않게 ‘사돈 남 말하는’ 사람들을 자주 만나게 되면서 자연스레 친구 심 신부의 18번이 생각난다. “주여, 저 작자를 용서해주소서. 저 자는 자기가 무슨 짓을 하는지 모릅니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한다... -
나마스떼
자연의 저자로서 하느님은 [God as the Author of nature(Deus ut natura naturans)] 우리를 존재케 하며 지탱한다. 또한 하느님은 은총의 저자로서(God as the Author of grace] 우리의 전존재를 통합시켜 온전하게(whole) 다시 말해 거룩하게(Holy) 하신다. ... -
세상종말
고통의 와중에 서 있노라면 고통은 사라지고 사는 것만 남을 뿐. 숨 고르기로(調息) 시작하여 마음의 기도를 하다보면 어느 순간 삶에 붙어있던 온갖 근심, 걱정등 사치품과 불순물이 떨어져나가고 영원한 지금 여기에 있게 된다. 이런 카이로스의 시간... -
화동담론
군자화이부동 소인동이불화’ (君子和而不同 小人同而不和) 군자는 다양성을 인정하고 지배하려고 하지 않으며, 소인은 지배하려고 하며 공존하지 못한다. <신영복, <담론>에서) 그러고 보면 마르타는 마리아의 다름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 자신의 가치체계... -
불신과 회의라는 가라지
93년 말이던가 강진의 성. 요셉여고 졸업미사 주례를 한 적이 있다. 대부분 사회로 진출할 여학생들이기에 푸시킨의 시를 인용하여, 삶이 그대를 속이더라도 노하거나 슬퍼하지 말라‘ 고 했다. 왜냐하면 세상은 더도 덜도 없이 내가 변한만큼만 변하니까! ... -
겨자씨의 세계
오늘은 오랜만에 글라라 가는 날이다. 하도 가난하여 운전기사도, 정원사도, 요리사도, 집사도, 침모도, 유모도 모두 다 가난하다고 작문했던 부잣집 딸이 생각나는 아침이다. 선이 일상적인 논리의 언어가 아니라 역설을 즐겨 사용하는 까닭을 바다에 던진... -
믿음
노숙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미친 전세 값에 한숨짓는 세입자들, 생계비도 안 되는 임금에 쉬는 날에도 알바를 해야 하는 피로에 절은 군상들이 몰려온다. 예수님께서는 눈을 드시어 많은 군중이 당신께 오는 것을 보시고 필립보에게, “저 사람들이 먹을 빵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