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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원 가브리엘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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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수성

by 후박나무 posted Apr 02,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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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이 에게 나의 체취가 밴 스웨터랑 츄리닝 바지를 택배로 보냈다. 솔이가 집안에서 잘 때 눕는 잠자리에 내 옷을 펼쳐 놓으니 냉큼 옷 위에 엎드려 코를 박고는 꼼짝도 않더란다. 평소 길 냥이 소리만 나도 흥분해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던 녀석이, 밥달라고 앙칼지게 떠들어도 아랑곳하지 않고 가만히 있더니 코를 박고 쿨쿨 잠들었다고.

 

생후 2달이 조금 지난 녀석을 데려와 아침, 저녁으로 잠자리를 봐주고 산책을 같이 한 세월이 꽤 된다. 눈이 제법 쌓인 길을 헤치고 둘이서 글라라 수녀원에 미사 가던 일, 1미터가 넘게 쌓인 눈을 뚫고 길을 만들던 일, 한 여름 더운 날 시원하게 솔이 목욕시키던 일, 지금처럼 진달래가 피어나고 벚꽃 몽우리 지던 때 움트는 나무사이로 같이 걷던 일. 솔이 녀석 숲속을 달리다 땡삐집을 건드려 벌에게 쫓겨 ‘걸음아 나 살려라’ 하며 같이 꽁지가 빠지게 달아나던 일. 발병하여 부득이 솔이와 헤어지던 일! 함께 했던 날들이 눈앞을 스쳐 지나간다. 솔이녀석도 그럴까!

 

평생을 같이 한다는 건 사람끼리도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더욱이 사람도 아닌 반려견과의 관계는 쉽사리 일방통행적이 되기 쉽다. 거기에 더해 이 나라는 좋게 말해 다이너믹하다고 하지만 말하자면 변덕이 죽 끓듯 하는 백성이 아니던가! 말을 못할 뿐이지 나름 희로애락을 느끼는 생명을 물건 취급하여 감탄고토(甘呑苦吐)를 예사로 하니 말이다.

 

교회도 그 구성원들의 심성에 따라 사해(死海)처럼 욕망의 화신이 되어 자신의 편의에 따라 모든 것을 빨아들여 빈익빈(貧益貧), 부익부(富益富)의 사회를 가속화 할 수도 있고, 아니면 본연의 역할을 찾아 생명의 물이 흘러나오는 원천이 되어 생명을 더욱 풍성케 할 수도 있다. 교회와 그 구성원이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다른 생명체의 처지를 공감하는 능력인 감수성의 개발이 꼭 필요하다.

 

구약성서에서 하느님은 자주 ‘헤셑’ 이라 불렸다. 그 뜻은 ‘아파하는 이의 아픔을 같이 아파하고,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의 억울함을 풀어주시는 분’ 이란 뜻이다. 반려견과의 관계도 배타적이 되어 자기들만의 천국을 지향할 수도 있고 아니면 살아있는 모든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감수성이 개발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하느님의 마음을 움직인 것도 예수의 마음을 움직여 도움의 손길을 뻗게 한것도 시작은 ‘불쌍히 여기는 마음’ 이다. 다른 생명체의 입장이 되어보는 능력인 감수성에 따라 공명(共鳴)도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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