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사색

지네의 다리

by 후박나무 posted Jun 19,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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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자선을 베풀 때에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여라.”

무위당 장일순 선생께서는 이 말씀을 무엇이든 자연스럽게 하라는 뜻으로 새겼다.

 

임어당 씨가 생활의 발견에서 지네를 예로 들어 한 이야기가 생각나 웃음 지었다. 지네는 종류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다리가 대략 17쌍에서 많이는 25쌍, 그 이상 되는 종류도 있다. 내가 대학생 시절에는 이런 우스갯말도 있었다. 곤충들이 고스톱을 쳤는데 지네가 져서 심부름을 하러 나갔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를 않아, 지네를 찾으러 나가보았더니 지네가 여직 툇마루에 앉아 운동화 끈을 매고 있었다나…….

 

임어당 씨는 그 점에 착안하여 만약 지네가 움직일 때마다 몇 번째 다리가 앞으로 갈 때 몇 번째 다리는 어떻게 움직이고 그 다음에는…….하고 생각하게 되면 다리가 엉켜 한 걸음도 못가리라고 위트를 날린다.

 

구멍이 난 옷을 입고 나가도 정작 거기에 신경을 쓰는 사람은 대개 자기밖에 없는 법인데, 자신이 우주의 중심인줄 착각하며 사는 이들은 만인이 자신을 바라본다는 매우 근거 없는 미망 속에 살아간다. 자신이 생각하는 것처럼 남들은 내게 그리 큰 관심이 없으니 부담 없이 소신껏 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