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저마다의 삶은 파란만장하고 운명은 기구하여 책으로 써도 만리장성이라고들 하겠지만 모세만큼 기복(起伏)이 심한 삶도 드물게다. 히브리 노예의 아들로 태어나는 바람에, 세상에 나오자마자 생명의 위협을 받던 그는 운 좋게 파라오의 딸의 양자가 된다. 요즘 식으로 이야기하면 흙수저가 단박에 금수저가 되었다고나 할까! 여하튼 로얄 훼밀리의 일원으로서 고급교육과 하이클래스의 생활을 영위했을 것 같다.
성서본문을 잘 살펴보면 모세는 이집트라는 제국을 통치하는 로얄 훼밀리의 일원이 되었지만, 자신의 뿌리를 잊지는 않은 것 같다. 이런 뿌리의식은 모세의 내면에 갈등을 일으켰을 테고 신분에 대한 자기모순은 마침내 밖으로 터져 나오게 된다. 그 결과 그는 모든 것을 잃고 미디안 광야로 도망가서 양치기가 된다.
그저 잠깐만 생각해보아도 양치기가 된 모세의 마음속에는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었으리라. 기구한 자신의 운명에 대해서 또 동족의 질곡에 대해서 그리고 이런 물음은 결국 조상들의 하느님이란 어뗜 분인가 라는 의문으로 이어졌겠다. 고독하고 황량한 광야에서 그가 끈질기게 품었던 의문의 불씨는 자신이 누구인지 또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깨닫게 해주는 불타는 떨기나무로 인도한다. 예외도 있겠지만 성소를 생각하게 되는 이들의 삶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굴곡(屈曲)져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