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사색

종신 서원식

by 후박나무 posted Mar 02,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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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언제 마지막으로 종신 서원식을 했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한 가운데 양 우철(예수의 야고보) 형제의 종신 서원식을 우이동 명상의 집에서 했다. 박두진 시인은 ‘도봉에서’ 삶은 갈수록 외롭다고 했는데 당분간 수도회에서 하는 행사 또한 그럴 것 같아 두보의 춘망이라는 시가 절실하다. 국파산하재 성춘초목심(國破山河在, 城春草木深)

 

강 신부가 주례를 하니 당연히 미사곡은 국악성가가 되어 전례시간이 2시간을 훌쩍 넘길 것이 예상되어 나는 수도원 소성당에서 참례하기로 하다. 덕분에 1시간 반이 좀 넘게 이제까지의 판에 박힌 프레임에서 조금은 다른 눈으로 살아온 수도생활을 회고할 수 있었다. Recollection! 등잔 밑이 어둡듯이, 너무 밝은 빛은 어둡다.

 

바라는 것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이제껏 내심으로 내가 바라는 것은 강이 그 길을 다 가 바다 속으로 사라지는 “寂滅” 이라 믿어왔었다. 어제 소성당에서의 회상은 만일 형이상학적 사변을 제거한다면 내가 바라는 것은 단순히 따뜻한 ‘허그’ 라 해도 무방할듯하다.

 

어제 종신서원식의 독서는 ‘고난 받는 야훼의 넷째 종의 노래’ 와 요한사도에게 ‘네 어머니다’ 하고 마리아를 맡기는 장면이다. 삶의 궁극적인 마지막 모습은 인간의 한계와 알 수 없는 온갖 인연으로 인한 고통을 제 것은 물론 여력이 된다면 남의 몫까지 대신 지는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