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사색

심야식당

by 후박나무 posted Mar 10,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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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의 길냥이 들에게 밥을 주다보니 본의 아니게 “심야식당”을 차리게 되었다. 처음엔 볕이 잘 드는 양지바른 곳에 사료와 물을 놓았더니 길냥이외에도 손님들이 많고, 개들이 기웃거려 냥이 들에게도 안전하지 못하였다. 이 궁리 저 궁리 끝에 극성스런 까치들의 활동이 잦아드는 저녁 6시 즈음에 식당 문을 열기로 하고 장소도 옮겼다. 메뉴는 사료 2가지와 생선 통조림 2종류, 닭 가슴살이지만 사료외의 부식은 그야말로 가뭄에 콩나기식으로 준다.

 

저녁에 문을 열면서 상을 차려놓고 새벽에 가보면 말끔히 먹은걸 보면 심야식당 맞다. 노랑이는 식당 문을 여는 시간을 알아서 그 즈음에 주변을 배회한다. 다른 녀석들은 저마다의 식사시간이 있는 듯 알아서 다녀가나 보다.

 

솔이하고의 기억때문인지 냥이 들과 정이 들까 저어한다. 그저 ‘살아있는 뭇 생명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막연한 바람뿐! 어린왕자의 여우에게처럼, 이젠 내 발자국 소리가 냥이 들을 달아나게 하지는 않는 것 같다. 이웃은 간데없고 자기 의를 쌓기에만 골몰하는 바리사이들의 율법준수는 수기안인(修己安人)과 는 거리가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