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사색

이네무리 (いねむり先生

by 후박나무 posted Mar 17,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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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화요일부터 어제 금요일까지 명상의 집 직원들과 수도자들은 제주도에 다녀왔다. 거동이 불편한 나는 집에 남았다가 목요일과 금요일 일박이일로 솔이를 보러 다녀오고. 수도원에서 강릉까지 차편과 운전까지 책임져 주시는 분이 있어 가능하였다. 솔이는 다리도 허리도 더 길어지고 얼굴도 커졌다. 아직도 자라는 중 인가보다. 근 반년 만에 만나는 회포를 푸느라 달려드는 솔이의 몸무게가 감당이 안 된다.

 

아는 분의 추천을 받아 영화 “이네무리 센세”를 보았다. 이네무리 센세는 각박한 현실에서 곧 멸종할 것만 같지만 그리 쉽게 명맥이 끊어지지는 않을 묘한 캐럭터다. 순수문학 작품의 발표는 본명으로, 도박에 관한 글을 쓸 때는 예명을 쓴다는 센세는 인생의 앞길과 뒷길을 큰 잡음 없이 조화롭게 산다는 표현일 것 같다. 경륜이나 마작등 도박을 해도 상대방의 존재 자체를 무시하듯 싹쓸이를 하는 것이 아니라 6대 4의 비율로 이기려는…….

 

기면증(Narcolepsy)이란 병이 깨어있는 세계와 느닷없이 다가와 의식을 잃게 하는 두 세계 사이의 불화 내지 알력을 상징한다면, 그 병을 앓는 센세는 헛되이 완치의 꿈을 꾸지 않고 6대 4 정도로 이 병과 조화를 이루며 함께 사려고하는 것 같다. “정이 없으면 죽은 사람과 같다”는 센세의 말이 여운을 길게 남긴다. 몇 년 전에는 돼지를 생매장 하더니 이제는 산 사람을 생매장하는 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