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사색

'바보들의 행진'

by 후박나무 posted Mar 25,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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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가는지, 왜 가는지도 모른 채 안팎에서 울려 퍼지는 리듬과 박자를 따라 가는 행진을 멈춰야만 들을 수 있는 목소리가 있고 볼 수 있는 사람이 있다. 존재하긴 하나 목소리도 작고 보이지도 않는 사람들은, 이 미친 행진을 잠시나마 멈춰 세우고 사회에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자 자주 극단적인 수단을 택하기도 한다. 마틴 부버가 말한 나와 그것의 관계 맺기를 벗어나 나와 너 사이의 관계로 전환하고자.

 

현대의 생활양식은 제도적으로나 조직적으로나 또 시간적으로도 한 사람이 그 순간 담당하는 기능적 측면만을 노출케하고 접촉케 한다. 결국 기계와의 접속에 다름 아니다. 한 사람을 만나기보다 이미 정체성이 고정된 판매자를 피정자를 면담 자를 만난다. 나와 그것의 사이처럼 형식적, 기능적인 관계에 염증을 느끼는 이들이 많아지며 사회적 일탈이 잦아진다. 일탈적 행위는 탈출이라기보다는 도피이기에 기존 나와 그것의 관계를 변화시키지 못한다.

 

거의 융단폭격처럼 쉴 새 없이 사방에서 터지는 저급한 가치관의 선전, 호떡집에 불이라도 난양 사람들을 흥분시켜 불안하게 하고 끝내는 호전적으로 몰아가는 매스컴등 이런 외부적인 소음에서도 내면적 사고의 소음으로부터도 어느 정도 해방되어 침묵을 들을 수 있어야 나와 너의 관계는 회복될 것이다. 자기만의 리듬, 자신만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사람의 양성이 먼저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