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사색

성.금요일

by 후박나무 posted Mar 30,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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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금요일 이다. 왠지 자신도 모르게 얼굴에 웃음기라도 띨까 주눅 들은 소심한 마음에 시 한편이 인간성을 회복시켜준다. 사람이 무엇이 아닌지 또 누가 아닌지를 위화감 없이 유머러스하게 드러내 보여준다. 오랜만에 자신의 모습을 희화화 하여 웃게 해주는 건강한 시를 만나다.

 

소주 한 병이 공짜

- 임희구(1965~)

 

막 금주를 결심하고 나섰는데

눈앞에 보이는 것이

감자탕 드시면 소주 한 병 공짜란다

이래도 되는 것인가

삶이 이렇게 난감해도 되는 것인가

날은 또 왜 이리 꾸물거리는가

막 피어나려는 싹수를

이렇게 싹둑 베어내도 되는 것인가

(...)

세상에 술을 공짜로 준다는데

모질게 끊어야 할 이유가 도대체 있는가

불혹의 뚝심이 이리도 무거워서야

나는 얕고 얕아서 금방 무너질 것이란 걸

저 감자탕 집이 이 세상이

훤히 날 꿰뚫게 보여줘야 한다

가자, 호락호락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