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사색

이것이냐 저것이냐!

by Paul posted Mar 04,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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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사가가 전하는 예수고난 시리즈를 작년 사순절에 완역 출판했으니 벌써 한 해가 지났다저자인 도널드 시니어 신부는 87년 뉴욕의 자마이카 수도원에서 열렸던 Passionist Heritage Institute-고난회 遺産 傳授會라 할까-에서 처음 만났다처음 만나는 서먹함을 조금이나마 부식시키기 위해 보통 강사는 가벼운 Joke로 강의를 시작하는데시니어 신부가 우스갯소리 소재로 삼은 것이 바로 오늘 복음 본문이다요지는 자신이 무엇을 청하는지도 모르고 청하다가 하느님이 정말 들어주시면 큰일 나니 조심하라고^^ 제베대오의 아내야고보와 요한의 어머니는 주님의 오른쪽과 왼쪽(영의정좌의정자리를 청탁했는데주님이 안 들어주셨으니 망정이지 들어주셨으면골고다 언덕의 세 십자가중 둘을 차지할 뻔 했다고당시는 아직 김영란 법이 없었다 ㅋㅋㅋ

  

나는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全無하지만세상 모든 어머니는 자식이 無病長壽하고 立身揚名하기를 바랄 것 같다역사상 셀 수없이 많게 어머니의 현실적본능적감정적인 바람과 자식의 비현실적이고 이성적논리적인 추구가 충돌했을 것이다그런 적나라한 충돌중 하나가 골고타 언덕에서 예수와 어머니의 상봉일 것이다.

  

독수리라는 상징에 걸맞게 요한 복음사가는 높이 날아 멀리 본다요한은 이성과 감성현실과 이상 사이의 해묵은 갈등을 해소하는 열쇠를 모자의 대화를 통해 전한다이것은 오랜 관상기도의 결실일 수밖에 없을 듯하다. “여인이시여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 어머니의 본능은 혈연을 넘어 확대 돼야 하고자식들은 어머니의 본능을 존중해야 할 것이다.

  

보통 우리가 사는 차원의 세상에선 상충하는 가치중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이것이냐 저것이냐의 차원이다예를 들어 교사가 교실의 기강을 확립하고 경직된 분위기를 감수하던가자유를 주고 방종을 감수하던가이것이냐 저것이냐가 아니라 이것도 저것도가 되려면 한 차원 높아져야 한다진정한 의미의 사랑이란 차원에선 기강과 자유가 양립할 수 있다범인인 우리들은 관상기도의 때에나 잠시 그 사랑의 차원자유로운 차원을 맛보다 다시 타볼산 아래로 내려와 이것이냐 저것이냐의 시비와 분별심의 세계에 산다아직 평상심이 도는 아닌 단계에 있기에!

  

 박태원 가브리엘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