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사색

벙어리 마귀

by 후박나무 posted Mar 28,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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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에 생뚱맞게 뭔 마귀 이야기인가 하고 한쪽귀로 흘려듣다가도, 잠깐만 진솔하게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면 의외로 벙어리 마귀가 들린 듯 살던 때가 꽤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제일 먼저 떠오르는 벙어리 신세는 외국생활을 할 때 이었다. 사도 바오로는 고전 13:11에서 “내가 어렸을 때에는 어린이의 말을 하고 어린이의 생각을 하고 어린이의 판단을 했습니다. 그러나 어른이 되어서는 어렸을 때의 것들을 버렸습니다.”고 했지만 외국생활은 이와는 반대의 현상을 보여준다. 아무리 나이를 먹은 어른이라도 자기표현을 못하니 꼼짝없이 Bambino(어린이) 신세다. 사회적 약자의 처지를 배울 수 있었던 체험이기도 하다.

 

좀 더 보편적인 체험으로는 스스로의 내부에 어두움이 있을 때다. 그럴 경우 종종 우리들은 빛으로 나아가 어두움을 물리치려 하기보다, 벙어리 마귀가 들린 사람처럼 말을 하지 않음으로 자신을 감추고 소통을 거부하며 숨어버린다. 예수님이 벙어리 마귀를 쫓아내셨다 함은 사람사이의 소통을 방해하고 왜곡하여 진실대신 거짓이 난무하던 사회현실에 개입하여 상황을 바로잡기 시작하셨음을 뜻할 것이다. 우리가 사는 이 21세기에도 거짓뉴스가 난무하니, 벙어리 마귀 이야기가 옛날이야기가 아님을 여실히 보여준다.

 

힌두교도들이 오랜 세월 기도하던 아래의 찬트는 우리가 얼마나 쉽게 거짓 속에서, 어둠속에서 그리고 죽음의 세계에 속하여 살고 있는지를 보여주며, 거기에는 평화가 없음도 일깨워준다.

 

Lead us from the unreal to the Real,

lead us from darkness to Light,

lead us from death to immortal life.

Peace, Peace. Pea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