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사색

“희망의 모후이신 복되신 동정마리아”

by 후박나무 posted Jul 09,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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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야곱의 꿈 이야기를 들었다. 구약성서에서 꿈을 꾸는 일이라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꿈쟁이 요셉의 아버지답게 야곱도 한 꿈 한다. 그의 꿈은 개인적인 차원뿐 아니라 전인간적 차원에서도 의미가 깊다. 야곱이 꾼 꿈을 이렇게 해석할 수도 있다. 그 어느 곳이나 지금 자신이 있는 곳, 처한 상황에서 하느님께 탄원하면 곧 거기에 하늘에 닿는 사다리가 놓이게 된다. 사다리는 기도를 은유한 것이겠다. 하늘과 땅을 하나로 이어주는 사다리를 통해 천사들이 위, 아래로 다니며 하느님의 뜻을 알리고 또 인간은 자신들의 q바램을 아뢴다.

 

야곱이 살아가며 처세하는 것을 보면 출세를 할 수 밖에 없는 사람인 것 같다. 어쩌면 자기 일생일대의 위기가 될 형 에사우와의 만남을 용의주도하게 준비하던 야곱은 야뽁강 나루에서 의문의 인물, 아마도 하느님의 사람과 씨름을 한다. 모든 것을 다 얻을 수도 또 잃을 수도 있는 모험을 앞두고 누구나 잠 못 이루며 씨름하지 않겠는가!

 

그런 큰 고비를 넘기고서야 비로소 우리는 인생의 계급장이라는 주름도 생기고 안목이 넓어지며 인생을 이해하게 된다. 성서가 표현하는 대로 정체성이 변했으므로 그의 이름도 야곱에서 이스라엘로 바뀌게 된다.

 

오늘은 고난회 고유로 “희망의 모후이신 복되신 동정마리아” 기념미사를 드렸다. 십자가의 성. 바오로는 20대 초반 세상물정 모르는 젊은이답게 순수함과 열정만을 가지고 교황님을 만나 자신이 세우고자 하는 수도회설립 허가를 받고자 로마로 향했다. 베트남의 영웅 호지명(일명 호아저씨) 이 프랑스로 갈 때처럼 뱃삯도 먹을 것도 없이 무작정 배를 얻어 타고 로마에 도착하였다. 아마도 로마에 도착한 바오로의 몰골은 거지 중에서도 상거지 였을 것이다. 그런 행색으로 당시 교황님이 계시던 퀴리날레 궁으로 가서 교황님 뵙기를 청하니 궁을 지키던 경비병들이 그를 어떻게 취급하였을지 가히 짐작이 간다.

 

퀴리날레 궁에서 내쫒긴 바오로는 정처 없이 터덜터덜 걷다가 만난 것이 Santa Maria Maggiore 성당이었다. 그곳에는 아직도 ‘희망의 모후’ 란 이름의 아이콘이 걸려있는 소제대가 있다. 십자가의 성. 바오로는 바로 이 아이콘 앞에서 기도하고 다시 힘을 얻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