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사색

가시관을 쓰신 예수

by 후박나무 posted Jul 12,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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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가시관을 쓰신 예수님 신심미사인데 마침 초복이 겹쳤다. 날도 더운데 가시관까지 쓰셨으니 많이 불편하였겠다.

 

주변의 사람들이 암에 걸렸다는 소식을 자주 듣는다. TV의 암보험 광고는 광고라기보다 거의 “협박” 에 가깝게 들린다. “5명중 하나가 암에 걸리는 세상인데 너 치료비 있어? 그러고도 무슨 배짱으로 암보험을 안드냐?” 뭐 이런 수준이다. 정말 많은 백성들이 목자 없는 양처럼 여기저기에서 이리와 늑대들에게 뜯기고 잡아먹히는 형국이다. 예수시대에도 형편은 그리 다르지 않았을 게다. 예수는 거기서 치유하고 가르치고 마귀를 쫒아냈다. 암이라는 개별적인 병을 치유하기보다 갖가지 질병이 창궐할 수밖에 없는 풍토를 변화시키고자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으니,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 하셨다. 예수를 적대시 하던 자들의 눈에는 예수의 언행 자체가 죽을죄였을 것이다.

 

요한은 상황을 간단히 정리한다. 오늘 복음의 등장인물은 예수, 로마의 무력을 대표하는 빌라도와 군사들, 예수를 죽여야만 발을 뻗고 편히 잘 수 있는 기득권 집단(유대교 지도자인 수석사제들과 유대인들)이다. 요한의 정리한 본문을(19:1~16) 보면 무지렁이들은 짐작도 못할 무언가 굉장히 중요하고 복잡하게 보이는 국가중대사의 결정도 의외로 간단한 메커니즘에 따라 작동함을 알게 된다. 요한에 의하면 최고 권력자였던 빌라도도 자신의 자리를 잃을 것을 두려워하여 유대인들에게 영합하는 결정을 내린다. 수석사제들과 그들에게 선동된 유대인들도 결국은 자신의 자리를 지키려고 예수를 없애고자 한다. 이 장면에 나오지 않는 제자(오늘 우리들까지 포함하여)들은 자기 한 목숨 구하고자 숨어버리고…….

 

“우리 모두 양처럼 길을 잃고 헤매며 제멋대로들 놀아났지만, 야훼께서 우리 모두의 죄악을 그에게 지우셨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