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영하 13도를 오르내리는 추위 속에 6시에 집을 나서 성모병원에 가다. 아픈 것만도 힘든데 병원까지 오가는 일이 버겁다. 그래도 이만큼 지낼 수 있는 것도 좋은 분들 도움 덕이다.
대 테레사의 기도문이 심상치 않을 때는 대부분 우리가 지금 처한 삶의 상황이 그리 녹녹치 못할 때이다.
“어떤 것도 당신을 놀라게 하거나 불안하게 할 수 없습니다. 모든 것은 사라지지만 하느님은 영원합니다. 인내는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합니다. 하느님을 소유한 사람은 아무 것도 부족하지 않습니다. 저는 하느님만으로 충분 합니다.”
얼마 전 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를 처음 들었다. 그의 노래가 마음에 꽂히는 이유는 대 테레사의 기도문이 마음에 와 닿는 것과 같은 이유일 것이다. 그녀의 기도문을 통해 성인이 지나던 삶의 층위와 나의 상황이 같은 결임을 알게 되듯…….
궂은 비 내리는 날/그야말로 옛날 식 다방에 앉아/도라지 위스키 한 잔에다/ 짙은 색소폰 소릴 들어보렴/ 새빨간 립스틱에 나름대로 멋을 부린 마담에게/ 실없이 던지는 농담 사이로/ 짙은 색소폰 소릴 들어보렴/ 이제 와 새삼 이 나이에/ 실연의 달콤함이야 있겠냐마는/ 왠지 한 곳이 비어있는 내 가슴이/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
밤 늦은 항구에서/ 그야말로 연락선 선창가에서/ 돌아 올 사람은 없을지라도/ 슬픈 고동 소릴 들어보렴/ 첫 사랑 그 소녀는 어디에서 나처럼 늙어갈까/ 가버린 세월이 서글퍼지는/ 슬픈 뱃고동 소릴 들어보렴/ 이제 와 새삼 이 나이에/ 청춘의 미련이야 있겠냐마는/ 왠지 한 곳이 비어있는 내 가슴에/ 다시 못올 것에 대하여 낭만에 대하여
세상에 알려진지 오래된 노래에 이제와 이 나이에 꽂히게 되는 것은 노래가 뜻하는 삶의 정황을 이제야 겪고 있어서이겠다. 물은 차야 넘치고 인생에는 월반이 없다고 한다. 또 늙는 것이 아니고 익는 것이라 하기도 하더라. 제대로 잘 익기 위해서는 클래식만이 아니라 유행가등 참 여러 가지가 골고루 필요한데 젊어서는 한, 두 가지의 가치만 폭력적으로 주변에 강요하며 살기 십상이다. 잘 익은 사람에게 하느님과 하느님 나라의 사정이 어떠한지 노르윅의 줄리앙이 보여준다.
[나는 나의 인생길에 죄 아닌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으며 이것은 우리 모두 다 마찬가지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환시 속에서 하느님께서는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죄는 필연적인 것이다. 그러나 모든 것은 선으로 밝혀질 것이고 종국에는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선하지 않고 고통스러워하며 슬퍼하는 피조물의 모든 문제를 간단히 죄로 표현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