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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원 가브리엘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복음 사색

“들판의 풀은 묘사될 때 더욱 푸르러진다”

by 후박나무 posted Jan 20,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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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읽는 사무엘의 다윗과 사울이야기를 보면 수년 전 읽었던 “리스본행 야간열차” 에 인용되어 나오는 문장이 하나 떠오른다. “들판의 풀은 묘사될 때 더욱 푸르러진다” 특히 역사란 대부분 승자의 기록이기에 공정하기 보다는 강자의 미화와 패자에 대한 폄하가 두드러진다. 교과서만 읽은 사람의 미국 남북전쟁에 대한 이해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도 읽은 사람과 사뭇 다르겠다.

 

Julius Cesar(율리우스 체살, 줄리어스 시저) 가 명장으로서 성공을 거둔 것은 군대를 부리는 천재적 능력에 더해 그의 뛰어난 문학재능과 Propaganda(자기 PR) 덕이었다. 이탈리아의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인 로마를 떠나 알프스 너머 변방인 갈리아에서 오랜 전쟁을 치루면서도, 로마에서 영향력과 인기를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갈리아 전쟁기라는 저널 덕분이었다. 그는 거의 매일 갈리아의 상황을 흥미롭게 써 로마로 보내 Foro Romano(광장)에서 대중들이 듣게 하였던 것이다. 요즈음 식으로 말하자면 ‘인문학적 자산’이 출세의 원동력이 된 것이다.

 

구약성서의 대예언자들인 아모스, 이사야, 예레미야 등을 보면 그들은 한결 같이 현 상황을 집약하여 간결하면서도 강렬한 상징으로 표현하는 언어구사능력을 볼 수 있다.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유명한 연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조지아 주의 붉은 언덕에서 노예의 후손들과 노예 주인의 후손들이 형제처럼 손을 맞잡고 나란히 앉게 되는 꿈입니다....”. 는 이사야서 2장을 현대 상황으로 옮겨놓은 것 같다.

 

장차 어느 날엔가 야훼의 집이 서 있는 산이 모든 멧부리 위에 우뚝 서고 모든 언덕 위에 드높이 솟아 만국이 그리로 물밀듯이 밀려들리라.

3 그 때 수많은 민족이 모여와서 말하리라. "자, 올라가자, 야훼의 산으로, 야곱의 하느님께서 계신 전으로! 사는 길을 그에게 배우고 그 길을 따라가자. 법은 시온에서 나오고, 야훼의 말씀은 예루살렘에서 나오느니."

4 그가 민족 간의 분쟁을 심판하시고 나라 사이의 분규를 조정하시리니, 나라마다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들리라. 민족들은 칼을 들고 서로 싸우지 않을 것이며 다시는 군사 훈련도 하지 아니하리라.

 

대예언자들과 교부들의 말씀을 溫故而知新 한다면 모차르트나 베토벤의 콘체르토처럼 여러 번 들어도 여전히 아름답고 영감을 주는 강론이 가능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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