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사색

초원의 빛

by 후박나무 posted Aug 28,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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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글을 쓰려고 책상에 앉기도 힘들었다. 양인자씨가 인도여행을 하고 썼다는 '타타타'의 가사처럼 '바람이 부는 날엔 바람으로, 비가 오면 비에 젖어 사는 거지 그런 거지‘ 하고 싶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타타타!(그래 그런 거지!) 하는 인도인다운 체념을 넘어 , 지금이 네 인생의 황금기야 (This is the best season in your life!) 하는 중국적 낙관주의는 물론 한 수 위다. 고린토2서6:2도 같은 맥락이다. 하느님께서는, "너에게 자비를 베풀 만한 때에 네 말을 들어주었고 너를 구원해야 할 날에 너를 도와주었다."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지금이 바로 그 자비의 때이며 오늘이 바로 구원의 날입니다.” 아멘! 이다.

 

교회 전례력의 기후와 내가 구체적으로 겪는 날씨가 매번 일치하는 건 아니다. 교회는 사순절을 지내는데 나는 부활시기일때나 그 반대도 얼마나 잦은가! 하나에 빠지지 않고 균형 잡게 다양성으로 받아들이는 여유가 있었으면 좋겠다.

 

살다보면 아무리 갑남을녀, 장삼이사중 하나인 우리들이라지만 일생에 두어 번씩은 삶이 지극해져 하늘에 가 닿는 순간들이 있다. 개개인의 체험에 따라 시간의 덫에서 놓여나 영원에 닿는 순간, 부드러우면서 동시에 꿰뚫는 어두운 빛앞에 서는 순간 혹은 살아왔고 살아갈 삶의 의미가 일순간 명료해지는 황홀한 순간등 표현방식은 다양하다. 하느님의 말씀이라는 성서나 고매한 예술품은 그런 순간을 겪은 체험의 흔적, 재현(Representation) 이다. 어제 베드로는 그런 “번쩍하는 황홀한 순간”을 맞는다. 그리곤 그러하듯이 그 빛은 이내 스러지고 만다. 하지만 이 빛은 그의 삶에 지워지지 않는 족적을 남기기에 끝내는 그곳을 향하게 한다.

 

초원의 빛(윌리엄 워즈워드William Wordsworth)

 

여기 적힌 먹빛이 희미해질수록

그대를 향한 마음 희미해진다면

이 먹빛이 하얗게 마르는 날

나는 그대를 잊을 수 있겠습니다.

 

초원의 빛이여.

꽃의 영광이여..

다시는 돌아갈 수 없다해도 서러워 말지어다.

차라리 그 속 깊이 간직한 오묘한 세월을 찾으소서..

 

초원의 빛이여.

그 빛 빛날 때 그대 영광빛을 얻으소서.

한때는 그토록 찬란했던 빛이었건만

이제는 덧없이 사라져 돌이킬 수 없는

 

초원의 빛이여

꽃의 영광이여.

 

다시는 찾을 길 없더라도

결코 서러워 말자..

우리는 여기 남아 굳세게 살리라...

 

존재의 영원함을

티 없는 가슴에 품고..

인간의 고뇌를 사색으로 달래며

죽음의 눈빛으로 부수듯

티 없는 믿음으로 세월 속에 남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