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사색

아롱이의 첫날밤!

by 후박나무 posted Jun 22, 2019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매우 힘들지만 일어나면 곧 스트레칭을 한다. 덕분에 오늘 마사지도 견딜만 했다. 간밤엔 음식물 쓰레기 수거차가 새벽 2시에 올라와 덜컹이는 소리에 잠을 깨고는 다시 잠들 수 없었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좋을 것만 있는 것도 나쁠 것만 있는 것도 없다. 청각이 필요이상으로 예민하니 오늘같이 오밤중에 깨어 다시 잠들지 못하는 어려움도 있지만 반대급부로 남들과 달리 즐길 수 있는 것도 있다.

 

버림받았던 냥이 3마리를 잘 길러내어 다롱이와 재롱이는 입양 보내고 아롱이만 남았다. 분양희망자가 없어 아롱이는 우리가 기르기로 하다. 그동안 아롱이는 낮에는 수도원과 본관, 피정자 기숙사로 둘러싸인 정원에서 마음껏 놀며 햇빛과 바람을 쐬고 저녁에는 수도원 방에서 잤다.

 

오늘이 첫날밤이다. 이제 아롱이도 나름 독립해야 하기에 오늘 저녁부터는 방이 아니라 야외에서 자야한다. 날은 점점 어두워지는데 전처럼 자신을 데리러 오는 사람은 없이 한데 홀로 있을 아롱이는 얼마나 무서울까! 아마 무서워서 마음껏 울지도 못할 것 같다.

 

아롱이가 야외에 적응하며 살 수 있게 부득이 정원에 두었지만 마음은 아프고, 신경은 곤두서고, 관심은 온통 혼자 밤을 지내야 할 아롱이에게 쏟아진다. 작은 새끼 고양이 아롱이가 캄캄한 밤을 홀로 지내야함을 안타깝게 여기다 보니 자연히 루카복음이 생각난다. 11: 11생선을 달라는 자식에게 뱀을 줄 아비가 어디 있겠으며 12 달걀을 달라는데 전갈을 줄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

 

그런데도 참 믿기가 힘들다. 내가 새끼 고양이 한 마리에게 쏟는 정성이 그러한데 하느님은 나를 얼마나 잘 돌보실까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