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사색

신아르(바벨탑을 세운 지역) 와 오순절 예루살렘

by 후박나무 posted Jun 09,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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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사정으로 우이령에 마지막으로 오른 게 한주일도 더 된듯하다. 주일날은 9시 미사를 주례하기에 여유가 있어 일찍 산책을 나가다. 6시에 수도원을 나서 버찌가 익어가고 애벌레들이 공수 부대원처럼 드문드문 줄에 매달려 있는 산길을 올랐다. 전경대 앞을 지나 산길을 가는데 자꾸 옆에서 부스럭 소리가 난다. 청솔모나 다람쥐, 까치가 내는 소리하고는 볼륨이 사뭇 달랐다. 멈추어 서서 숨을 죽이고 소리나는 곳을 바라보니 등치가 아주 우람한 녀석과 중간정도 크기의 멧돼지가 산을 오르고 있었다. 섬찟한 마음에 먼저 가게 기다렸다가 우이령을 다녀오다.

 

오늘은 성령강림대축일이다. 사도행전의 오순절 사건은 창세기의 바벨탑 이야기와 대조를 이루는 이야기다. 바벨탑을 쌓던 사람들은 저마다의 욕심으로 마음이 일치하지 않으니 자연히 같은 말을 해도 알아듣지 못할테고, 마음이 통하면 외국어를 하더라도 통하는 법! 선교학을 가르치던 교수님은, 비유하자면 목소리는 그 사람 안에 계신 성령과 같다고 하던 말씀을 기억하다. 주의 깊게 들을 줄 아는 사람에게 목소리는 자신의 내면상태를 계시한다. 말이란 그런 기초위에 메시지를 얹는 것이다. 나는 내안에 계신 성령님을 가리움없이 드러내고 있는가, 아님 나름의 삿된 그을음이나 연기로 그 빛이 죽은 목소리를 내고 있을까?

 

구약성서에서 하느님의 숨(ruah). 능력(재능) 으로 표현되기도 한 성령은 “과거에 있었던 일을 기억나게 할뿐 아니라 시대의 변천에 따라 새로운 관점으로 보고 재해석하여 새로운 미래를 열게 한다.

 

가톨릭교회에서는 오랫동안 마땅히 성령께서 하셔야 할 역할을 성모님께 돌려온 역사가 있었다. 다행히 근래에 성령 쇄신운동등, 성령님의 자리와 역할을 되찾으려는 시도는 건실한 성모님 공경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