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사색

오른뺨, 왼뺨!

by 후박나무 posted Jun 14, 2019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오늘은 고난회 고유 ‘매 맞으신 예수’ 신심미사를 드렸다. 고유복음은 마태 27장이지만 나는 5장 산상설교중 ‘누가 네 오른뺨을 치거든 다른 뺨마저 돌려 대어라.”를 숙고하다.

 

사람은 누구나 다 시대의 자녀이기에 시대정신에서 온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같은 세상에 사는 한 이런저런 관계를 통하여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그러니 ‘세상에 있으나 세상에 속한 자 되지 말라’ 는 예수님의 권고를 문자 그대로 이행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우리는 나름 자신의 성품에 따라 크게나, 적게 현실상황과 타협하여 고유한 생활양식을 만들어 산다. 양처럼 온순하고 뱀처럼 지혜롭게 말이다.

 

‘오른뺨을 치거든 다른 뺨마저 돌려 대어라’ 는 예수님의 말씀도 그 의미가 시대에 따라 조금씩 달랐다. 세상이 좀 더 보수적이고 권위적이었을 때는 순명의 차원이 강조되었고, 진보와 페미니즘의 바람이 불 때는 개인의 존엄성이 강조되는 면에서 해석되는 경향이 있었다. 후자의 관점에서 보면 예수님은 권위 앞에 맥없이 굴종하라는 뜻으로 이 말씀을 하신 것이 아니다. 사람이 상대방의 오른뺨을 치려면, 보통 오른손잡이는 오른 손등으로 치게 된다. 이것은 상대방을 하나의 온전한 인간으로 대접하는 것이 아니라 경멸하는 뜻이라 한다. 그러므로 다른 뺨마저 돌려 대어라는 말씀은 자신도 하나의 인간임을 주장하라는 가르침이라고 해석한다.

 

오늘 아침에 나를 스친 상념은 이런 이야기들이 아니라 이사야 50장, ‘주님의 종’의 셋째 노래 중

 

“나는 매질하는 자들에게 내 등을,

수염을 잡아 뜯는 자들에게 내 뺨을 내 맡겼고

모욕과 수모를 받지 않으려고

내 얼굴을 가리지도 않았다.

그러나 주 하느님께서 나를 도와주시니

나는 수치를 당하지 않는다.

그러기에 나는 내 얼굴을 차돌처럼 만든다. “ 이었다.

 

산상설교중 오른뺨, 왼뺨에 대한 예수님의 말씀은 이사야서의 이 구절을 배경으로 나온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