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시카고 관구총회에 한국지부 대의원으로 참석한 후 3달간 미국전역의 수도원을 방문했었다. 귀국 후 심각한 후유증을 앓았었고. 총회의 주 관심사는 수도회의 ‘생존’이었고, 방문하는 수도원마다 양로원을 방불케 했으니 마치 나의 미래를 보는듯했다.
나와 마찬가지로 저들도 젊어서 청운의 꿈을 품고 예수를 따라나섰을 텐데 이제 뒤를 이을 후계자 하나 없이 쓸쓸히 병들어 늙어가는 모습은 상당한 충격을 주었다. 시간이 흘러 산에서 나오니 산이 보이기 시작했다. 왜 충격을 받았는지……. 십자가를 따랐다면 그런 노후를 맞는다는 것이 그리 놀랄 일도 아닐 것을, 말로는 십자가를 따른다하면서 그 뜻을 몰랐거나 아니면 화려한 십자가를 따랐던 게다.
더 이상 젊지도 건강하지도 못한 오늘 안드레아 축일에, 젊었던 날의 통찰을 되새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