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사색

바리사이와 헤로데 당원의 의기투합

by 후박나무 posted Jul 21,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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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오와 루카가 기초한 마르코 복음을 기준으로 오늘 복음을 대조해 보자.

 

마르코 3:6 바리사이들은 나가서 곧바로 헤로데 당원들과 더불어 예수님을 어떻게 없앨까 모의를 하였다.

 

마태오 12: 14 바리사이들은 나가서 예수님을 어떻게 없앨까 모의를 하였다.

 

루카 6:11 그들은 골이 잔뜩 나서 예수님을 어떻게 할까 서로 의논하였다.

 

처음 쓰인 마르코 복음을 텍스트로 삼은 루카와 마태오는 갈릴리에서 예수가 활동하던 비교적 초창기에 있었던 사건을 마르코를 따라 충실히 보도한다. 그런데 안식일에 손이 오그라든 사람을 고쳐 주신 예수님에 대한 바리사이들의 반응은 매우 뜻밖이다. 그것이 죽음을 당할 정도로 큰 죄인가?

 

마태오와 루카는 누락하였지만 마르코는 그들이 헤로데 당원과 음모를 꾸몄다고 한다. 외양만 보자면 엄격하게 율법을 준수한다는 종교 세력인 바리사이들과 헤로데 당원이라는 정치 세력 간에 공통점은 별로 없어 보인다. 이렇게 이질적으로 보이는 두 집단이 예수를 제거함에 어떤 공동이익이 있었기에 의기투합했을까? 이것만 보아도 예수의 죽음은 나중에 우발적으로 예루살렘에서 일어난 사건이 아니라, 예수의 활동 초창기부터 예고되어 있던 셈이다. 손이 오그라든 사람을 안식일에 고쳐주었다는 것이 왜 바리사이들에게, 또 헤로데당 같은 정치적인 세력에게 심각한 위협이 되었기에 죽이려고까지 했을까?

 

예수는 말하자면 당대의 젊은 오빠였을지 모른다. 대학물을 먹지 않거나 서울 그중에서도 강남에 살지 않으면 사람취급도 못 받는 대한민국의 오늘과 비슷한 상황의 이스라엘에서 그는 횡성정도의 산골 출신, 흙수저였다. 또 그 사람이 누구인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인 학벌을 보자면 그는 스펙을 쌓기는커녕 가방끈이 짧아도 한창 짧았을 뿐 아니라 도무지 학교라는 곳에서 정규교육을 받았는지조차 의심되었다.

 

그런 그가 외국에 유학을 하고 신학박사학위를 여러 개 받은 유명한 성직자나 사두가이, 바리사이들 보다 더 설득력 있게 하느님을 가르치며 하느님의 나라를 선포하니 많은 사람들이 따르게 되었다. 긴 이야기 짧게 해서 예수의 가르침은 일회적인 선동으로 끝나는 성질의 운동이 아니었다. 이제껏 신학자들이 가르치던 ‘좁쌀영감 같은 하느님’과는 전혀 다른 하느님‘을 몸소 보여줌으로서, 기득권 세력의 기반을 붕괴시키는 것이었다. 비록 로마의 식민지였지만 어느 정도 자치를 인정받은 신정국가와도 같은 이스라엘에서 그들이 누리는 기득권과 특권은 모두 하느님이란 어떤 존재라는 특정한 해석에 기초해 생긴 것인데, 하느님은 그런 분이 아니라고 전면 부정하니 예수를 이대로 두었다가는 조만간 자신들이 설 자리가 없어지리라는 위험을 감지한 것이다.

 

안식일에 손이 오그라든 사람을 고친 것을 문제 삼는 그들에게 예수는 일갈한다. 하루살이는 걸러내고 낙타는 삼키는 이들이라고! 복음이라는 드라마가 오늘도 현실에서 실감나게 상영되고 있음을 보며 자문하게 된다. 이 드라마에서 나의 자리는 과연 어디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