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사색

태풍전야(颱風前夜)

by 후박나무 posted Aug 23,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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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다니는 길도 이렇게 다를 수 있구나 하며 우이령을 다녀오다. 태풍전야의 고요함이랄까 바람도 한 점 없이 간간이 빗방울이 듣는 숲에는 긴장감마저 감도는 듯 했다. 지난 6년간 없었던 태풍이, 그것도 강력한 태풍이 상륙하여 그동안 밀렸던 대청소를 할 테니 나무도 사람도 긴장할 만 한다. 내일 상륙한다니 모래 우이령 길이 어떤 모습일지…….

 

대청소가 필요한 것은 내 방만은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차일피일 우물쭈물 하면서 발등에 떨어진 불만 간신히 끄며 살 것이 틀림없다. 이 태풍이 몰고 오는 비가 정결한 물이 되어 우리 모두를 정결하게 해 주시기를! 우리 안에 새 마음과 새 영을 넣어 주시기를!

 

돌로 된 마음을 치우고, 살로 된 마음을 넣어주려고 하느님은 잔치를 벌이고 초대한다. 혼인잔치의 비유는 잠시 한마음 돌이켜 ‘지금 여기’ 에 머물 수 있을 때, 지금 여기가 어디든지 그곳은 하느님의 집이요 하늘문인 베델이 된다는 뜻으로 새겨진다. 하느님이 잔치를 차린 곳이 바로 ‘지금 여기’가 아닌가! 마태오 복음은 그 대상이 되는 독자들이 유다-그리스도교인 들이었기에 율법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다. 마태오는 이런 공동체의 특성을 고려하여 원래 다른 맥락의 혼인예복의 비유를 혼인잔치의 비유에 결합시켜 교훈을 주고자 한 것 같다.

 

추신: 지금 여기가 하느님의 집이요 하늘문인 베델이 되는데 관심이 있는 분은 동방 그리스도교의 영성을 집대성한 “Philokalia(고요함에 대한 사랑)”의 이론을 알기쉽게 소설형식으로 표현한 “이름없는 순례자(가톨릭출판사)” 상권을 참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