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와 달리 형제들과 함께 보신각 종소리를 듣고 늦게 잠자리에 들다. 새벽에 기도하는데 예레미야가 들었던 것과 비슷한 말씀을 듣다. “무엇이 보이느냐?” 내 마음의 눈에는 1981년 광주 화정동 피정센터 앞에 있던 고목 백일홍과 그 나무를 짚고 선 젊은 내가 보였다. 이어서 일곡동 명상의 집으로 옮긴 그 백일홍이 죽고 뿌리에서 다른 싹이 돋아 자라는 것이 보였다. 덤으로 훨 몸이 난 나도…….
나는 무엇을 본 것일까? 긴 세월 살아와 고단해진 고목이 쓰러지듯 한 세대가 가도 생명 자체는 계속 이어짐을 본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은 다름 아닌 하느님을 보는 것이 아닐까! 구약성서에서 하느님이 당신 얼굴을 비추시고 복을 내리시듯, 신약도 마음이 깨끗한 사람은 하느님을 볼 수 있기에 행복하다고 선언한다.
새 아담이 옛 아담을 대치했듯, 성모님이 “테오토코스-하느님의 어머니” 이듯, 새해 아침 우리도 시메온처럼 새로 태어나는 모든 아기에게서 예수를, 모든 어머니에게서 성모님을 볼 수 있는 눈이 떠지기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