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사색

아전인수(我田引水)와 역지사지(易地思之)

by 후박나무 posted Mar 11,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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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중심적인 생각과 행동을 나타내는 한자성어 중에 ‘아전인수(我田引水)’라는 말이 있다. 한자의 뜻 그대로 보면 ‘자기 논에 물 대기’인데, 결국 자기에게만 이롭게 되도록 생각하거나 행동하는 것을 뜻한다. 상대어로는 역지사지(易地思之)가 있다. ‘처지를 바꾸어 생각해 봄’이라는 뜻인, 역지사지는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헤아려 보라’는 말.

 

임어당은 양자강의 상류와 하류의 배가 서로 순풍을 바라는 아전인수 격의 기독교신앙을 비판한 바 있다. 하긴 굳이 양자강까지 갈 필요도 없다. 봉은사에서 벌어진 땅밟기 라는 만행도 있으니 말이다. “과거에 있었던 일을 오늘과 내일을 위한 교훈이 되게 만든 역사” 라는 성서도 자칫하면 아전인수의 프레임에 갇히기 쉽다. 중앙집권적 정책을 펴던 바빌로니아를 멸망시킨 페르시아의 키루스는 지방자치 정책을 폈는데, 하느님이 세계사를 주관한다는 신앙의 눈으로 보자면 그는 하느님의 종으로서 유다 성전재건을 위한 종이 된다.

 

아전인수 격인 편협한 신앙인과 대척점에 있는 인간상은 아무래도 이사야 53장의 ‘고난 받는 야훼의 넷째 종’ 이 아닐까? 인간의 삶과 그가 처한 상황을 깊이 고찰하고 인류가 그 역경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길은 자신을 제물로 바치는 것임을 깨닫고 실천에 옮긴 사람 말이다. 예수를 하느님의 아들로 제시하고, 영원한 생명은 그의 대속적인 삶과 죽음을 믿고 동참하는 것이라는 신약성서의 확신은 상당부분 “고난 받는 야훼의 넷째 종”에서 비롯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