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사색

PD 체험

by 후박나무 posted Apr 08, 2018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85년으로 기억되는데, 그 해 여름방학을 시작하면서 부제반 전원은 서강대학교 매스컴 센터에서 3주간 합숙을 하며 집중적인 매스 커뮤니케이션 교육을 받았다. 유일한 수도자였던 나는 교구 부제들에 의해 십자가에 못 박혀 억지 춘향으로 PD를 맡아 당시 사회현안에 대한 인터뷰 방송 한편과 10분짜리 TV 극을 만들게 되었다. 무더위 속에 남들 잘 때도 콘티를 짜느라 고생은 했지만, 역시 젊어서의 고생은 사서도 함직하다.

 

보통 사람들은 TV를 볼 때 보이는 화면만 보지만, 매스컴 훈련을 받은 이들은 화면 뒤의 적어도 세 대의 무비 카메라의 움직임을 포착할 수 있게 된다. 스튜디오가 아니라 야구중계와 같은 중계에는 더 많은 무비카메라가 필요하다. 하나의 게임을 시청자에게 현실감 있게 전달하는데도 여러 대의 무비카메라가 필요하듯, 한 사람의 삶의 의미가 무엇이었는지 천착함에도 다양한 관점이 동원된다.

 

예수의 삶을 조명함에도 비교적 근거리에서 역사적 예수를 그렸다는 공통점을 지닌 공관복음과는 달리 요한복음은 독수리처럼 높이 나르며 그 관점에서 예수를 본다. 영화 ‘불멸의 연인’에서, 알코올중독자인 아버지의 매질을 피해 산정호수로 가 수영을 하는 베토벤. 호수에 떠있는 베토벤을 비추던 카메라가 점점 뒤로 물러나면서 화면은 결국 베토벤도 호수도 지구도 밤하늘 가득히 명멸하는 별로 바뀐다. 요한복음이 예수를 보는 관점이다.

 

세상의 죄와 고통을 없애는 유일한 길은 확대재생산의 고리를 끊어버리는 침묵의 수용이며, 예수는 세상의 죄를 없애는 “하느님의 어린 양” 이 되심으로 이 악순환을 끊으셨다는 것이 요한의 주장인 것 같다. 하느님의 어린 양이 되심으로 그는 진정 하느님의 아들이 되고 메시아로 인정받은 것이다. 그렇게 믿어 예수의 삶에 동참하는 사람 또한 그분의 이름으로 생명을 얻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