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사색

“心身一如”

by 후박나무 posted May 17,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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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맛비처럼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근 열흘 만에 우이령을 오르다. 비에 씻겨 선명히 초록으로 빛나는 온 산에 비 내리는 소리, 계곡의 물소리 가득하다. 나뭇가지들이 뻗고 나뭇잎들도 잔뜩 부풀어 우이령 길이 좁아졌다.

 

1차 세계대전때 파리방어 사령관은 회의할 때 반드시 서서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한다. 요즈음도 능률적인 회의진행을 위해 서서 회의를 하는 직장이 왕왕 있다고 한다. 아무래도 편히 앉아서 하면 회의주제와 관계없는 이야기를 하는 등 늘어지기 십상이다. 같은 정신일까? 로마의 SS. Giovanni e Paolo 13 에 위치한 고난회 본원의 Cafeteria 에도 그런 관습이 있다. 모든 회원들이 여기서 커피와 빵등 간단한 아침식사와 간식을 하는데 사방의 벽에 붙은 선반에 서서 했다. 에스프레소 커피를 준비하던 디모테오 수사님은 매일 새벽 3시부터 커피를 만드셨다. 영원한 안식을 누리소서! 테이블은 두 개 밖에 없어 노약자용이다. 거지나 서서먹는 한국에서 온 나는 가능하면 앉아서 아침식사를 하곤 했다.

 

한번은 테이블에 공교롭게 영성을 전공하고 있는 신부들만 3이 앉아 아침을 먹게 되었다. 다른 수도자가 지나가며 농담으로 이 자리엔 ‘영’ 만 있고 “고기”가 없다며 웃었다. 서구적 의미에서 ‘영성’이란 말은 “心身一如”와는 달리 불가피하게 어느 정도 “육체성” 이라든가“세속”에 반대되는 의미를 띈다. 영성이란 말을 쓰는 한 자신도 모르게 몸과 마음은 두 개의 다른 실체가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