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시작이야기라는 창세기가 11장까지의 신화적 서사를 빼면 온전히 아브라함과 이사악과 야곱의 삼대에 걸친 가정사라는 것은 시사 하는 바가 크다. 모든 것의 본질과 뿌리는 가정에서 일어나는 일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닐까?
“사람은 자신에게 일어났던 일을 글로 써보지 않으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의미를 모른다”. 과거를 현재와 미래를 위한 교훈으로 만든 히브리인들에게 잘 어울리는 말이다. 거기에 “들판의 풀은 글로 묘사될 때 더 푸르러진다” 는 말을 곁들이면, 과연 서구문화가 헤브라이즘과 헬레니즘의 종합이라는 실감이 난다.
삼대에 걸친 가정사 중에서도 백미는 뛰어난 단편소설이라는 평을 듣는 요셉이야기다. 남녀의 애정과 질시, 갈등, 자녀에 대한 편애, 이복형제들 사이의 반목과 이합집산, 복수, 유혹, 절망과 희망, 출세, 기근, 클라이맥스, 화해 또 출가한 딸들이 어떻게 친정집 기둥뿌리까지 뽑아가나등^^ 한세상 살아가며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경우의 수를 집약시킨듯하다.
이 모든 소동은 45장, 요셉이 형들에게 자신의 정체를 밝히며 그가 이해한 하느님에 대한 신앙고백으로 해피엔딩 된다. 하느님은 수많은 우여곡절과 인간의 한계, 악의로 점철된 인간사를 이끌어 좋은 결과를 만드신다고. 그런 하느님을 믿는다고 해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자신을 거는 투신이 열매를 많이 맺는 체험이 쌓이면서 불확실성이 줄어들 뿐. |
박태원 가브리엘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