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사색

껍데기는 가라

by Paul posted Apr 04, 2015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벌써 성. 토요일이다.  하수상한 시절을 보내고 나름 “껍데기는 가라” 라는 말로 마음을  정리하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나름 존재할 이유가 있어서 있는 것이다. 아직 한창인 듯 보이더라도  존재이유가 없어졌다면 홀연히 사라지는 게 자연이겠지.  나무를 봐도 속을 보호하는 역할을 다한 껍데기는 스스로 떨어져 나가더군!  자연을 보며 아쉬울 것도 속상할 것도 없음을 배운다.

오랫동안 잊고 지내던 말 “덤”을 기억해내다, 김국환씨 덕분에.  부활체험을 통해 덤으로 살게 된 삶, 밑질 건더기가 없는 수지맞는 장사 맞다!  그런데도 무언가 손해 본 듯 느꼈던 것은 덤으로 받았던 삶을 다시금 당연한 것으로 치부한 탓이다.


신동엽

껍데기는 가라.

사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東學年)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

아사달 아사녀가

중립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껍데기는 가라.

한라에서 백두까지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박태원 가브리엘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