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사색

베드로, 바오로 대축일!

by Paul posted Jun 29,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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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은 순간(瞬間)이라는 돌로 쌓은 성벽이다. 어느 돌은 매끈하고 어느 돌은 편편하다..... 어느 순간은 노다지처럼 귀하고 어느 벽돌은 없는 것으로 하고 싶고 잊어버리고도 싶지만 엄연히 내 인생의 한 순간이다... 나는 안다. 내 성벽의 무수한 돌 중에 몇 개는 황홀하게 빛나는 것임을.  
- 성석제, <번쩍하는 황홀한 순간>, 작가 후기 中에서

남 흉내 내지 않고 자신의 삶을 살게 된 사람이라면 대개 일생에 적어도 한 두 번은 <번쩍하는 황홀한 순간>을 경험했을 것이다.  어제 하혈하던 부인이 예수의 옷자락에 손을 대었던 순간, 바오로가 다마스쿠스로 가다가 말에서 떨어지던 순간, 오늘 베드로가 천사의 인도로 감옥에서 풀려난 일등 한 순간이지만 그 통찰의 빛이 12년뿐만 아니라 자신의 전 생애를 꿰뚫는 체험 말이다.  

하지만 성석제씨의 말처럼 “모든 순간이 번쩍거릴 수는 없다는 것을. 알겠다. 인생의 황홀한 어느 한 순간은 인생을 여는 열쇠구멍 같은 것이지만 인생 그 자체는 아님을”  오히려 우리 인생이라는 성벽을 지탱하는 것은 주춧돌처럼 흙에 묻혀 보이지 않지만 세월이 갈수록 그 존재를 은연중 무겁게 드러내는 것들이다.  

우리 신앙생활에서 번쩍하는 황홀한 순간이 사도 바오로 적이라면, 물처럼 바람처럼, 밥처럼 그리 드러낼 것도 예쁠 것도 없는 밋밋함은 사도 베드로 적이겠다.  중용을 생각하다.


박태원 가브리엘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