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자기 전 여느 때처럼 T.M 의 Journal, vol.7 : “The other side of Mountain” 을 읽다. 약간 놀랍게도 67년 쓴 글에 벌써 마츠오 바쇼오의 기행문 인용이 나온다. 하긴 한국 사람만 빼곤 그리 놀랄만한 일도 아니지……. 청과 러시아를 차례로 이기고 우린 자전거도 못 만들 때에 항공모함을 건조하고 자체 제작한 수백 대의 제로센 전투기를 싣고 진주만을 기습하여 미 태평양함대를 궤멸의 수준에 까지 몰고 갔던 나라다. 그런 경제, 군사, 문화 대국을 우린 도대체 어떤 근거를 가지고 그렇게 무시하고 얕잡아 볼 수 있는 것일까? 명나라의 원조와 도요토미의 사망으로 간신히 끝난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에서 진정한 교훈을 얻기는커녕 이순신의 승리만 기억하는 ‘우물 안 개구리 같은 인식’에 기인하던가 아님 열패감에서 비롯하는 것이 아닐까? 로마유학을 마치고 귀국하는 길에 어학연수를 위해 3달간 머문 일본은 한마디로 나에겐 ‘아브나이’(위험한) 한 나라였다.
여하튼 바쇼의 기행문 인용을 읽으며 하이쿠 한 수를 다시 생각하다. “낙엽 떨어져 바람인줄 알았더니 세월이더라. 이즈음에 빗대어 꽃잎 떨어져~ 로 바꿔 읽어도 좋겠다. 흐르는 것이 어찌 세월뿐이랴! 인생에도 사계가 있어, 차례로 흐른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대략 봄은 훌쩍 지나고 초여름도 지난 사람들이 대부분 일게다^^
봄에 꽃잎이, 가을에 나뭇잎 떨어지듯, 인생의 추이에 따라 헤어지고 버려야 할 일이 있다. 한 때 무엇보다 소중했지만, 세월이 흘러 이젠 껍데기가 된 것들…….어릴 때는 어린 생각을 하고 유아식을 먹었지만 이제 어른이 되어 그것들을 버리듯!
봄, 여름, 가을, 겨울을 격어야 다시 봄이 오듯, 어린이가 되려면 먼저 어른이 되어야 하는 자연의 순리를 어린이 날 생각하다.
會者定離, 去者必返, 生者必滅!
박태원 가브리엘 C.P.